[단독]野의총 "대의원 폐지" 주장...'돈봉투' 틈타 개딸 힘 키우기?
더불어민주당 일부 강경파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을 대의원제 축소 주장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돈 봉투 사건의 원인으로 대의원제를 지목하면서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이 같은 강경파의 움직임에 대해 “돈 봉투 의혹을 계기로, 내년 총선 경선 때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같은 강성 권리당원 지분을 늘리려 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24일 복수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내 강경파 '처럼회' 소속의 한 의원이 “돈 봉투 문제는 대의원제 때문에 생긴 것이니 이참에 당원 중심으로 바꾸자”며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을 낮추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이 있었다. 이 발언을 들은 동료 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 “지금 개선 얘길 꺼낼 때냐”고 외치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동은 회의 말미에 다시 반복됐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오늘 논의된 안을 4개로 정리해서 기자들에게 백브리핑해도 괜찮겠냐”면서 ▶송영길 전 대표 즉시 귀국 요청 ▶재발방지 대책 마련 ▶쌍특검안 27일 본회의 신속처리안건 상정 ▶간호법ㆍ의료법 본회의 처리 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중진 의원이 “재발방지 대책은 오늘 회의에서 논의한 적도 없는데 그걸 왜 발표하냐”며 “지금 이야기를 꺼낼 시점이 된 것도 아니고 정무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고 공개 반대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도 이런 의견을 곧바로 수용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할 건 크게 세 가지”라며 재발방지 대책을 제외한 나머지 논의 내용만을 설명했다.
대의원은 민주당 당헌상 “당의 최고 대의기관”으로 규정된 전국대의원대회 구성원이다. 지난해 8·28 전당대회 기준으로 민주당 전국대의원은 총 1만6282명이며, 당 활동 경력이 오래되고 지역에서 신망이 두터운 고참 당원이 주축이다. 반면 권리당원은 월 1000원 이상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한 이들로,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는 비율이 높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40%, 전국대의원 투표 결과를 30% 비율로 반영한다.
개딸 등 강성 권리당원들은 그간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 특히 당내 청원 게시판인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지난 18일 올라온 ‘대의원제 완전 폐지 요구’ 청원은 24일 오전 현재 2만4300여명 동의(동의율 48%)를 얻은 상태다. 이재명 대표 팬카페에도 “수박(겉과 속이 다른 국회의원을 뜻하는 은어) 양성 대의원 제도 폐지 도와주세요” 등 제목의 청원 독려 게시글이 여러 개 달렸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당 개혁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의 재발방지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의원제 폐지·축소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 비수도권 의원들은 물론 수도권 일각에서조차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실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한 충청권 의원은 “당 혁신을 논하면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항상 등장하지만, 이는 연원(淵源)이나 당 현실에 비춰볼 때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라며 “대의원을 없애고 권리당원 중심으로 의사 결정하면 수도권과 호남은 과대대표되고, 영남은 과소대표되는 등 의사가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도 “돈 봉투 문제로 당이 시끄러워지니까 얼렁뚱땅 바꿔보려는 것”이라며 “대의원제를 축소하고 당원 영향력을 키운다는 건 결국 동원된 개딸과 유튜버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겠다는 건데 이는 장사꾼들 돈벌이 때문에 정치를 망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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