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네 맏형' 최형우, 주말 3연전 스윕 견인
[양형석 기자]
▲ 통산 최다 2루타 치는 최형우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최형우가 1회 말 2사 2루에서 KBO 통산 최다인 465개째 2루타를 때리고 있다. 전날까지 기록은 이승엽의 464개였다. |
ⓒ 연합뉴스 |
KIA가 안방에서 삼성을 상대로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김종국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3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5-3으로 승리했다. 지난 20일까지 최하위에 머물렀던 KIA는 주말 3연전에서 삼성을 상대로 스윕에 성공하며 SSG랜더스에게 3연패를 당한 7위 키움 히어로즈와 승차 없는 단독 8위로 뛰어 올랐다(7승 10패).
KIA는 선발 숀 앤더슨이 6.1이닝 4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고 전상현과 김대유, 장현식, 정해영이 이어 던지며 남은 2.2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1회 적시 2루타를 때린 김선빈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김선빈과 함께 리드오프 류지혁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KIA의 최고령 타자 최형우는 7회 쐐기홈런을 포함해 3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불혹 전후의 나이에도 건재했던 선수들
어느 리그나 마찬가지지만 그 어떤 위대한 선수도 흐르는 세월을 피해갈 수는 없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30대 중·후반이 되면 전성기가 한풀 꺾이면서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및 성적하락)가 시작되곤 한다. 하지만 KBO리그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선수생활 말년이라 할 수 있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 믿기 힘든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종종 등장하면서 야구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생활 말년을 보낸 선수는 바로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만 40세 시즌이자 일찌감치 은퇴를 예고했던 2022년 143경기에 출전해 타율 .331 179안타 23홈런 10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881라는 리그 정상급 타자의 성적을 유지했다. 물론 은퇴시기는 선수가 결정하는 것이고 롯데는 올해 이대호 없이도 선전하고 있지만 2022년 성적만 보면 이대호의 은퇴결정은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었다.
지난 2013년 '적토마' 이병규(삼성 수석코치)가 보여준 마지막 투혼 역시 많은 야구팬들을 감동시켰다. 이병규는 만 39세 시즌이었던 2013년 98경기에 출전해 타율 .348 130안타 5홈런 74타점의 성적으로 '역대 최고령 타격왕'에 등극했다. 물론 타격왕 등극 후 LG와 3년 계약을 맺은 이병규는 은퇴할 때까지 71안타를 추가하는 데 그쳤지만 2013년의 활약은 그가 왜 리그 최고의 호타준족 좌타 외야수로 불렸는지 증명하기 충분했다.
지금은 두산 베어스를 이끄는 감독이 된 '국민타자' 이승엽도 2012년 국내 복귀 후 타율 .253 13홈런으로 주춤했던 2013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이름값을 못 한 적이 없다. 특히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은퇴 직전 4년 동안에는 3번의 3할 타율과 4번의 20홈런, 80타점 시즌을 만들며 유니폼을 벗는 순간까지 '국민타자'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참고로 이승엽의 현역 마지막 4년은 그의 만 38세부터 41세 시즌이었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SSG의 동갑내기 '불혹콤비' 추신수와 김강민이 노장선수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16년의 빅리그 생활을 마치고 만 39세 시즌에 KBO리그에 복귀해 최고령 20홈런 20도루를 기록한 추신수는 2022년 국내 복귀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SK 와이번스 왕조시대의 주전 중견수였던 김강민도 2022년 한국시리즈에서 5차전 역전 끝내기 홈런을 포함해 2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최고령 MVP에 선정됐다.
▲ 최다 2루타 달성 축하 꽃다발 받은 최형우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1회에 2루타를 때리며 KBO 통산 최다 2루타 신기록을 달성한 KIA 최형우가 김종국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2011년 리그 홈런왕이자 5개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가진 최형우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 3할 타율 150안타 25홈런 100타점 90득점을 기록한 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지금은 제법 많아졌지만 2016년 11월 KBO리그에 처음으로 FA 100억 원 시대를 열었던 선수도 바로 최형우였다. 그토록 대단한 최형우의 커리어에 한 번쯤 있었을 법한 정규리그 MVP 수상경력이 없는 게 낯설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2020년에도 타율 .354 28홈런 115타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최형우의 성적은 2021년 타율 .233 12홈런 55타점으로 급락했다. 사실 최형우는 1983년 12월생으로 불혹을 앞두고 있는 노장인 만큼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결국 KIA도 2021 시즌이 끝나고 최형우의 뒤를 이을 새로운 간판타자로 광주가 고향인 국가대표 외야수 나성범을 6년 총액 150억 원의 조건에 영입했다.
최형우는 2022년 시즌에도 132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264 14홈런 71타점으로 눈에 보이는 반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나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이었지만 2010년대 리그를 주름 잡았던 최형우이기에 만족하기 힘든 성적이었다. 하지만 최형우는 전반기 타율 .227의 부진에서 벗어나 후반기 타율 .314를 기록하며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는 곧 올 시즌 화려한 부활로 이어지고 있다.
최형우는 올 시즌 시즌 개막 후 13경기에서 .302의 괜찮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1홈런 4타점으로 중심타자로서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형우는 21일 삼성과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9회말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터트렸고 23일 경기에서는 홈런 1방을 포함해 시즌 처음으로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최형우는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서 2홈런 5타점 4득점을 쓸어 담으면서 시즌 타율을 .315까지 끌어 올렸다.
1회 통산 465번째 2루타를 때린 최형우는 이승엽(464개)을 뛰어넘어 KBO리그 역대 최다 2루타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KIA는 이날 홀드왕 출신의 셋업맨 장현식이 1군 복귀전을 가졌지만 여전히 나성범이 6월, 김도영이 7월 복귀가 예상될 정도로 부상 선수가 적지 않다. 이렇게 부상선수가 많은 팀에서 팀 내 최고령 선수의 분발은 후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 시즌 KIA의 맏형 최형우의 부활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살려주세요" "야 비켜, 탕탕"... 특전사 K가 꺼낸 광주의 기억
- 특히 호의적 상대만 고르는 '윤석열 스타일' 진단
- 전세사기 특별법 만든다지만... 재정투입 없고, 절차 그대로
- 세계 최초 재생에너지 100% 섬, 탄소 제로 넘어 네거티브
- 한국인 원폭희생자 이름을 왜 일본 추도시설에 올리냐고요?
- 남한과 북한에 각각 자수한 어느 유명 시인
- 열무 1단에 1980원, 그냥 지나쳤어야 했다
- 100점 맞은 학생 많을 때, 교사인 저는 당황스럽습니다
- 일 자민당, 보궐선거 5곳 중 4곳 승리... '아베 조카' 당선
- 이준석 '양두구육' 부메랑 맞은 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