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40주년 베스트11 ⑪] ‘롱런’ GK 김병지 “작은 목표가 깰 수 없는 기록 만들어”
K리그서만 24년간 골문 지켜
최다·최고령 출전 등 각종 기록
독특한 플레이, 화려한 퍼포먼스
한국 최초 ‘스위퍼 키퍼’ 평가 끝>
개중 전문가들의 선택을 받은 최고의 골키퍼는 김병지다. 프로축구 출범 40주년 투표에 참여한 10인 중 6인의 표를 얻은 김병지는 신의손(3표) 이운재(1표)를 제치고 당당히 프로축구 역사상 ‘으뜸’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김병지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40년 역사에 최고의 선수로 뽑혀 영광이다. 24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하면서 많은 걸 겪었는데, 보상 차원에서 의미도 있고 보람도 있다”며 “신의손, 이운재 등 누가 받아도 명분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했던 시간 동안 정말 치열했다”고 전했다.
셋의 기량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빼어났다. 각기 지닌 장점도 달라 더 그랬다. 김병지는 경쟁자 둘보다 K리그에서 ‘롱런’했다. 골키퍼 포지션 특성상 대개 필드 플레이어보다 선수 생명이 길지만, 김병지는 프로에서 무려 24년간 활약했다. 그 역시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배경에 주저 없이 오랜 선수 생활과 리그에서의 공헌도를 꼽았다.
K리그의 ‘최다’ 기록은 대부분 그의 차지였다. 리그 통산 706경기(최다 출전)에 나선 김병지는 229경기 클린시트(최다 무실점)를 달성했다. 45세까지 현역으로 활약한 그이기에 당연히 최고령 출전 기록(45세 5개월 15일)도 갖고 있다. 김병지에게는 ‘자부심’이었다. 본인의 기록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김병지는 “모든 기록이 소중한데, 연속 출장(193경기) 무교체 출장(153경기) 기록을 깨기 힘들 것 같다”고 콕 집었다. 실제 김병지는 2003년 4월 12일부터 2007년 10월 14일까지 4년 반 동안 쉼 없이 달린 끝에 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목표 설정’이 답이었다.
프로 생활을 하는 동안 술, 담배 등을 일절 손대지 않은 김병지는 “자신과 지켜야 하는 약속을 정말 잘 지켰다. 술, 담배, 체중 관리라고 하면 단지 세 가지 같지만, 그 안에 지켜야 할 것이 정말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몸에 해로운 것을 피함으로써 얻은 부가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고 부연했다.
김병지는 “첫 목표가 프로 경기 뛰는 것, 두 번째는 국가 대표되는 것, 세 번째가 월드컵 나가는 것이었다. 이것들을 이룬 후에는 목표 설정이 중요하고 한계가 없다는 걸 알았다. 작은 목표 성공이 큰 목표가 되고, 큰 목표가 긴 목표가 되면서 남들이 깰 수 없는 기록을 만든 것 같다”고 돌아봤다.
빼어난 선방 능력과 화려한 퍼포먼스도 김병지 하면 빼놓을 수 없다. 김병지는 페널티 박스뿐만 아니라 넓은 공간을 커버하는 한국 최초의 ‘스위퍼 키퍼’로 평가된다. 당시 그가 공을 툭툭 치며 앞으로 나가는 드리블은 팬들을 열광케 했다. 공격 가담을 즐기는 골키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나긴 현역 생활 수많은 공을 막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득점’ 장면을 떠올렸다.
김병지는 “1998년 10월 24일 아내의 생일 때 넣었던 헤더 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막은 걸 생각해야 하는데, 내 헤더 골이 K리그 역사상 (골키퍼의) 첫 필드골이었고 아주 중요한 골이었다. 기쁜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김병지가 속한 울산은 포항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3으로 졌다. 그러나 2차전 후반 막판에 김병지가 공격에 가담해 골망을 갈라 2-1 승리를 이끌었고, 울산은 챔프전에 진출했다.
독특한 이력을 지닌 김병지는 그 시대에는 특이한 골키퍼였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김병지처럼 넓은 공간을 커버하고 공격에 관여하는 수문장이 대세다. 김병지는 “당시 나는 튀는 골키퍼였다. 그런데도 좋아하는 팬들이 많았다. 지금은 당연히 ‘저 정도는 해야지’, ‘그렇게 하는 거지’라고 볼 것 같다. 나는 (현대 축구에) 적응을 잘했을 거 같다. 호불호가 덜 갈렸을 것 같다”며 웃었다.
불멸의 기록을 여럿 보유한 김병지는 프로축구 출범 50주년 베스트11의 골키퍼 자리를 사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는 “조현우(울산 현대)와 김영광(성남FC)이 좋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셋(김병지·신의손·이운재)을 넘기는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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