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가뭄' 삼성전자, 올해 수익성지표 2년전 4분의1로 급락
삼성전자 2021년 9.9%→올해 2.6% 추정
"5~10년 전 R&D, M&A 제대로 못한 대가"
작년 50대기업 총자산이익률(ROA)이 5%대에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전보다 2.2%포인트 낮아졌다. 자동차와 배터리 업체 수치는 상승했고 전기전자, 정보기술(IT) 기업 수치는 떨어졌다. ROA는 기업 자산 투자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총자산 투입 대비 산출 이익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보여준다. 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눠서 구한다. 순이익이 적을수록 값이 낮아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조사 결과 50대기업 중 금융사를 제외한 41개사 ROA는 2021년 이후 3년간 계속 낮아졌다. 2021년 연말 7.9%, 작년 연말 5.7%, 올 연말(증권사 추정치) 4.8%로 떨어졌다. 2021년 ROA 대비 올해 추정치가 낮아진 기업은 25곳(61%), 오른 기업은 16곳(39%)이다.
자동차, 배터리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 ROA가 낮아졌다. 전기전자(반도체·가전), IT, 철강금속 등은 3년 연속 떨어졌다. 자동차, 배터리는 3년 연속 올랐다. 반도체는 2021년 8.4%, 작년 7%, 올해 1%로 하락했다. IT는 18%→6%→5.3%, 철강금속은 8.6%→5.5%→4.3%로 하락했다. 반면 자동차는 2.3%→3.3%→4.9%, 배터리는 2.3%→7.2%→7.5%로 올랐다.
기업별로는 41곳 중 9곳(22%) 올해 ROA 추정치가 2021년 대비 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해당 기업은 네이버(65%→2.9%), HMM(39.2%→7.3%), SK하이닉스(11.5%→-9.5%), 삼성전자(9.9%→2.6%), 카카오(9.5%→2.4%), 크래프톤(14%→8.4%), LG생활건강(12%→6.7%), LG화학(8.6%→3.6%), POSCO홀딩스(8.4%→3.4%) 등이다.
네이버 ROA는 2021년에 65%로 유독 높았다. 소프트뱅크와 함께 설립한 A홀딩스(옛 라인) 지분볍 평가이익이 2021년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순이익이 늘어서 ROA도 높아진 것이다. 2021년 네이버 연결 순이익은 16조4135억원으로 2020년 8조4500억원, 작년 6732억원보다 월등히 많았다. HMM은 2021년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글로벌 공급망 대란 때문에 해운 운임이 폭등하면서 ROA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 올해는 세계 경제 불황으로 수요가 감소해 물동량이 줄고 해운 운임이 낮아지면서 ROA가 7.3%로 하락했다.
한국전력은 유일하게 3년 내내 ROA 마이너스(-2.5%, -11%, -3.7%)를 기록했다. 2017년 6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시행하면서 수익성 지표가 낮아졌다.
그나마 ROA가 오른 자동차, 배터리 업계도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 상승 폭이 가장 높은 업체는 에코프로비엠(8.7%→10.7%)이었다. LG전자(2.7%→4.5%) 기아(7.5%→9.1%) 삼성SDI(5.2%→6.9%) LG에너지솔루션(4.3%→5.5%)이 그 뒤를 이었다. 하락 폭이 큰 기업들은 5% 이상 떨어진 반면 상승 폭이 큰 업체들은 1~2%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다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영업이익률, 지배주주순이익률 등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41개사 ROE는 2021년 14.2%, 작년 9%, 올해 8.8%로 하락했다. 영업이익률은 12.7%→10.9%→9.2%, 지배주주순이익률은 15.9%→7.9%→6.8%로 떨어졌다.
주목할 점은 자동차, 배터리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 수익성 지표가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지표가 떨어진 이유가 금리 인상 등 대외변수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제품 수요 감소, 기업 성장 동력(모멘텀) 약화, 지난 5~10년간 인수합병(M&A) 및 연구개발(R&D) 경영전략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2010년대 후반 반도체 '슈퍼사이클' 때 번 돈을 법적 이슈 등으로 M&A, R&D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해 수익성이 나빠진 삼성전자 사례가 아쉽다고 했다. 자동차, 배터리 업종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보조금 변수 때문에 수출이 줄어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카카오 등 IT서비스업 수익성이 낮아진 이유는 광고,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과열돼 웹툰, 클라우드, 금융 등 신사업에 투자한 만큼 이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이익이 늘면 수익성 지표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최근 3년간 주요기업 수익성 지표가 줄줄이 나빠진진 것은 지난 5~10년 전 투자한 M&A, R&D 전략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라며 "특히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 법적 이슈 등으로 2016년 하만 인수 후 7년간 M&A를 해내지 못하고 2017년 전후 반도체 호황기에 번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이 수익성 하락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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