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 지독한 실리축구, 나폴리도 겨우 뚫었다

김정용 기자 2023. 4. 2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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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왼쪽),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이상 나폴리).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벤투스의 지독한 실리축구에 나폴리도 고전했다. 어려운 경기에서 따낸 승리라 나폴리 입장에서는 의미가 더 컸다.


2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의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2022-2023 이탈리아 세리에A 31라운드를 치른 나폴리가 유벤투스에 1-0으로 승리했다.


선두 독주 중인 나폴리는 승점 78점에 도달했다. 31라운드 패배한 2위 라치오의 승점차를 17점으로 벌리며 조기 우승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유벤투스는 분식회계로 인한 승점 15점 삭감 징계가 최근 유보되면서 갑자기 순위가 치솟았다. 이날 승리했다면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지만 승점 59점에 머무르면서 3위를 지켰다.


기록상 나폴리가 지배한 경기였다. 나폴리는 점유율 65.4%로 주도권을 갖고 있었다. 슛은 17회 대 7회로 압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벤투스의 탄탄한 조직에 막혀 나폴리는 오랫동안 헛심만 썼다. 나폴리는 전반에 유효슛을 단 하나도 날리지 못했는데, 이는 가장 최근 세리에A 경기였던 엘라스베로나전(0-0)과 마찬가지였다. 2경기 연속 전반전 내내 유효슛이 없는 건 거의 12년 만이었다.


두 팀 모두 선발 멤버를 다수 바꾼 가운데 나폴리의 팀 플레이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고, 유벤투스가 중원에 선수를 잔뜩 배치하며 패스 플레이를 막는데 중점을 둔 것도 효과적이었다.


특히 나폴리 대응법으로 이젠 공식이 된 '수비 특화 공격형 미드필더 배치'가 효과를 봤다. 유벤투스는 4-4-1-1 포메이션을 쓰면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수비 가담이 성실한 유망주 파비오 미레티를 배치했다. 미레티는 체격이 작지만 활동량과 수비 가담 능력을 갖춘 유망주다. 미레티가 점유하는 위치는 나폴리 입장에서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가 빌드업을 주도하는 곳과 겹쳤다.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 마누엘 로카텔리, 아드리앙 라비오의 장악력에 미레티를 더하면서 유벤투스는 나폴리 상대로 오히려 미드필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다.


나폴리 입장에서는 패스 플레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리우 후이, 피오트르 지엘린스키가 빠지고 마티아스 올리베라, 탕기 은돔벨레가 선발로 투입된 것이 전술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은돔벨레는 번뜩이는 패스를 할 때도 있었지만 비효율적인 판단으로 공격 기회를 낭비하는 장면 역시 있었다. 후반 20분에는 페널티 지역 안에서 득점 기회를 잡았는데도 오시멘에게 밀어주다가 공을 빼앗기기도 했다. 은돔벨레는 일찌감치 지엘린스키로 교체됐다.


나폴리는 후반기 들어 치밀한 전술보다 개인 기량으로 승리하는 경기가 잦았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왼쪽 윙어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는 4월 들어 위력이 뚝 떨어진 상태다. 최근 나폴리를 잘 막아낸 AC밀란의 경우 크바라츠헬리아를 막기 위해 여러 겹으로 그물망을 쳤다. 반면 유벤투스는 크바라츠헬리아 방어에 그리 주력하지 않았다는 점이 거꾸로 눈에 띄었다. 유벤투스 선발 라인업은 좌우 측면 모두 공격력보다 수비력을 중시했지만, 후반 16분 첫 교체 카드를 쓰면서 오른쪽 윙어를 공격적인 앙헬 디마리아로 바꿨다. 크바라츠헬리아 견제보다는 그 뒷공간 공략에 더 중점을 둔 교체였다. 그만큼 크바라츠헬리아는 최우선 견제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벤투스 축구는 돌발 변수에 취약했다. 유벤투스는 페데리코 가티가 크바라츠헬리아의 얼굴을 손으로 친 뒤 퇴장을 면하는 행운을 누렸다. 후반전 막판에는 골망을 흔든 슛 두 개가 각각 반칙과 라인 아웃으로 무효 처리되기도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유벤투스의 안정적인 수비 조직이 흔들렸다.


두 팀 모두 교체카드 효과는 봤지만 더 조직적으로 활용해 골까지 만든 쪽은 나폴리였다. 지엘린스키의 짧은 볼 키핑 덕분에 측면에서 견제 없이 공을 잡은 엘리프 엘마스가 크로스했다. 이를 문전의 자코모 라스파도리가 왼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세 명 다 교체 투입된 선수였다. 유벤투스가 전반전처럼 수비했다면 엘마스와 라스파도리 모두 유벤투스 선수의 견제에 시달렸겠지만 득점 당시에는 수비가 헐거웠다.


나폴리 팬들에게 유벤투스는 원수 같은 팀이다. 유벤투스 상대로 한 시즌 홈과 원정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건 1957-1958, 1986-1987, 2009-2010시즌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그런 경기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상대를 잡아내면서 나폴리는 다시 상승세를 탈 동력을 얻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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