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바꾸자]⑮중대선거구제 꺼낸 尹에 심상정의 한 마디
선거제도 개편 생각 밝혀야
전원위 시즌2 열어 쟁점별 토론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을 밝혀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21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 과정에서 잊혀진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정치개혁의 화두로 꺼냈지만, 정작 이번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선 윤 대통령이 빠졌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정의당 대통령 후보로 윤 대통령과 맞붙었던 심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공약했다"면서 "전원위원회를 통해 선거제도와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생각을 밝혔고 여야간 협상 국면인 진행될 텐데 이 과정에서 각 당의 대표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생각도 국민에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선거제 개혁에 대해 운을 뗀 것이고, 시스템으로 볼 때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한 당"이라며 "윤 대통령이 평소 지론으로 극단적인 양극화 정치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온 만큼 이제 대통령의 생각을 분명히 밝힐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치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분명한 입장도 요구했다. 심 의원은 "민주당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위성정당에 대해 사과하고 정치개혁을 앞장서겠다, 다당제 연정이 가능한 정치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다"며 "당이 사정이 어렵다며 입장을 내놓지 않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은 이런 대국민 약속을 절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혀야 본격적인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원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대와 희망을 놓지 않았다. 나흘간의 전원위 토론 내용을 토대로 전원위 시즌2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심 의원의 제안이다. 그는 지난 전원위에 대해 "새로운 출발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의정 활동하며 지금까지 7차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했고 그때마다 선거제도는 매번 화두였지만 개혁에 실패했다"며 "이번은 그 실패의 공식을 뛰어넘기 위해 (전원위가) 추진됐다. 정치개혁의 당사자인 국회의원이 국민을 향해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심 의원은 "예정된 실패라고 하는데, 우리가 운전하다 보면 처음에 조금 틀어진 것 같지만, 나중에는 크게 달라지는 것처럼 전원위가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원위를 통해 100명의 의원들이 선거제도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전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서 없었던 일로, 여야간 담판 형식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국회가 오랫동안 양당 체제를 유지해왔고 양당간의 협상을 통해 결론을 내는 시스템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협상 국면에서 양당 지도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결국 당론과 당 지도부간 협상으로 결정되더라도 전원위에서 표출된 국회의원들의 말을 거둬담을 수 없어 구속력을 갖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의원은 "지금까지 정치개혁 논의에서 국회의원들의 토론 시간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여야 의원들이 진솔한 고민을 드러내고 진지하게 경청했다"면서 "연극으로 치면 이제 서막"이라고 했다.
심 의원은 전원위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전원위는 형식상 결의안을 채택하는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며 "4일간 논의한 결과를 갖고 소위원회를 구성해 좁혀보고 거기서 쟁점이 생기면 2차 전원위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전원위는 계속 이어져 3가지 선거제도 개편안으로 제출된 결의안을 최소 2가지 이하로 좁히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나흘간의 전원위에서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과 의원 정수 확대는 어렵다는 점, 지역 소멸 대응에 필요한 지역 균형 의석 등이 필요하다는 점,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 등은 일치된 의견인 만큼 좁혀진 쟁점을 놓고 2차 토론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심 의원의 선거제도 개혁의 지향점은 어디일까? 그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양극화된 정치를 깨고, 다양성의 정치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많은 이들이 정치에 뛰어들었고, 노력했지만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양극화 정치 아래서는 정치인들의 소신 정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한민국을 바꾸려면 결국 이 양당, 극단적인 양극화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극화 정치를 바꾸는 것은 구부러진 선거제도를 바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라 다양성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소수자가 다수의 일원이 될 때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했다. 그는 "이 다양성을 위해 20년간 진보 정치가 마중물 역할을 했는데 이제 결실을 이뤄내고 싶다"고 했다.
심 대표는 이 같은 개혁을 위해 정의당의 기득권도 포기할 각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일 전원위에서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을 역설하며 '다당제 협력 정치로 이어져 다양한 해법을 가진 여러 정당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다면 그 것이 정의당이 아니라도 좋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발언 배경에 대해선 "정치 개혁, 특히 선거제 개혁한다고 하면 기득권 챙기려고 한다는 오해와 불신이 있다"면서 "정의당 등 진보정당은 한국 정치에서 20년간 제3당으로 버텼다. 국회에서 누린 기득권은 별로 없지만, 정치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 그 작은 기득권까지 다 내놓을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제도 개편 논의 과정에선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하 의원모임)이라는 정당, 정파를 넘어선 의원모임이 변수로 꼽힌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의원들의 여야를 떠나 모임을 구성함으로써 정당 주도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서 영향을 행사하는 것이다. 심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의원모임은 일종의 베이스캠프이자 비무장지대"라면서 "정치평론가들은 우리 정치를 정치적 내전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런 내전, 분단된 상태에서 국가 공동체나 정치의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기존 질서에만 맡겨두면 아예 의제조차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텐데 이때 필요한 것이 휴전이고 회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 의원의 절반가량의 의원들이 정당내 구심력에서 벗어나 비무장지대에서 베이스캠프를 꾸려 정치를 바꾸자고 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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