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입 주변 닦을 때만 썼나요, 냅킨으로 예술작품도 만듭니다
냅킨은 식사 때 흘린 음식물을 처리하거나 입 주변을 닦는 데 주로 사용하죠. 금방 쓰고 버리는 줄로만 알았던 냅킨으로도 공예를 할 수 있답니다. 바로 ‘냅킨아트’예요.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냅킨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그림의 원하는 부분만 잘라 목재·유리·금속·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물건에 붙이는 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죠. 손서영·안수민 학생기자가 냅킨아트를 제대로 알기 위해 서울 은평구에 있는 차도아수제냅킨아트를 방문했습니다. 냅킨아트 공방을 운영하면서 한국예술공예개발원 냅킨아트 분과장으로 있는 윤영심 작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반갑게 맞이했죠.
“냅킨아트는 만드는 과정이 간단해 남녀노소 접근하기 쉬운 공예이며,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도,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냅킨을 오리고 붙이는 것에 더해 붙인 냅킨 주변에 그림을 그리고 액세서리를 다는 응용 연출도 가능하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뿐만 아니라 버려진 제품을 재활용해 가방·티슈 케이스·시계·꽃병 등으로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어 실용적이랍니다.”
수민 학생기자가 “냅킨아트는 어떻게 시작됐나요?”라고 물었어요. “냅킨아트의 기원은 17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데쿠파주(Decoupage)’에서 찾을 수 있어요. ‘오려내기’란 의미의 데쿠파주는 칠기(옻칠한 공예품) 장인들이 궁전·교회·성당·성(城) 등에 있는 명화를 종이에 복사하고 오려내 가구에 붙여 만들면서 시작됐죠. 당시 가난한 사람들은 명화는커녕 명화가 그려진 종이도 비싸서 살 수 없었어요. 대신 저렴한 냅킨에 그려진 그림을 사용하면서 냅킨아트가 탄생했죠. 유럽에서 사랑받던 데쿠파주와 냅킨아트는 미국·아시아에도 전해졌고, 우리나라에는 각각 198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들어왔어요.”
윤 작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데쿠파주 종이와 냅킨아트용 냅킨을 보여줬어요. 만지며 관찰한 서영 학생기자가 “데쿠파주 종이는 단단하고 두꺼워요. 냅킨은 가볍고 얇네요”라고 했죠. “단단하고 두꺼운 데쿠파주 종이를 붙이려면 물에 담가 불려서 꺼낸 뒤 그림만 사용할 수 있게 겹친 면을 여러 장 벗겨야 해요. 목재·유리 등에 붙일 때는 경계선이 튀지 않도록 사포로 밀어야 하죠. 이런 작업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려요. 반면 냅킨은 얇고 다양한 소재에 붙여도 경계선이 덜 튀고, 작업 시간도 데쿠파주보다 짧다는 장점이 있죠.”
“냅킨아트에 쓰는 냅킨이 따로 있나요?” 수민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예쁜 그림이 그려진 냅킨아트용 냅킨이 있어요. 일반 냅킨처럼 닦는 데 사용하면 인쇄 잉크가 번져 묻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온라인이나 남대문미술용품상가 등에서 다양한 그림 주제의 냅킨아트용 냅킨과 관련 공예용품을 구매할 수 있답니다. 보통 가로세로 15cm 냅킨이 많은데요. 냅킨아트를 하고 싶은 소재와 냅킨이 서로 크기가 안 맞을 수 있어요. 먼저 소재를 구하고, 그 크기에 맞는 냅킨과 넣고 싶은 그림을 고르면 돼요.”
냅킨아트에는 다양한 기법이 있습니다. 그중 ‘스펀지 기법’은 냅킨 크기보다 큰 소재를 사용하거나 냅킨을 붙일 때 생기는 경계를 없애기 위해 스펀지로 배경색을 연장하는 기법이에요. 예를 들어 소재가 흰색이고, 냅킨이 파란색이면 아크릴 물감으로 냅킨과 비슷한 색을 만들고 스펀지로 터치해 빈 공간과 냅킨 경계를 메워주는 것이죠. 크랙(균열) 무늬를 만드는 ‘크랙 기법’도 있어요. 냅킨을 붙이기 전 단계에서, 퀵 크랙제(데코 크랙 미디엄)를 발라 바로 크랙 무늬가 나오게 하는 ‘퀵 크랙 기법’과 도자기 크랙제를 바르고 5~6시간 건조해 입체감 있는 크랙 무늬를 만드는 ‘도자기 크랙 기법’, 냅킨을 붙인 후 앤티크 크랙제를 바르고 3~7일 건조해(크기에 따라 달라짐) 고전 느낌의 크랙을 만드는 ‘앤티크 크랙 기법’ 등이 있습니다.
“‘3D 입체 기법’은 냅킨에 그려진 그림을 오려 입체감을 준 뒤 접착제·클레이를 사용해 붙이는 거예요. 그림이 꽃이라면 꽃잎을 하나하나 잘라서 클레이를 붙이고 접착제를 발라 원하는 공간에 붙이죠. ‘수제냅킨 기법’은 사진·그림 등을 컴퓨터로 스캔하고 냅킨용지에 직접 인쇄해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수채물감으로 그린 그림이 담긴 수제냅킨을 직접 만들어서 온라인 판매도 하고, 그 수제냅킨으로 냅킨아트 교육도 하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윤 작가가 만든 수제냅킨과 사용하지 않는 청색 프라이팬을 재활용해 기초적인 냅킨아트를 해보기로 했어요. 꽃·풍경화·인물화 등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냅킨 가운데 서영 학생기자는 흰색 바탕에 화분이 놓인 탁자와 옷걸이가 그려진 그림, 수민 학생기자는 흰색 바탕에 의자에 모자·바구니 등이 걸린 그림을 골랐죠. “냅킨은 1장이 보통 3~5겹으로 돼 있어요. 이중 그림이 있는 첫 겹만 뜯어내 씁니다.”
냅킨아트에 그림이 그려진 냅킨과 바탕제(젯소)·아크릴 물감·접착제(데쿠파주 글루 또는 냅킨아트 글루)·마감제(바니쉬)·다용도 실러가 기본 재료로 사용돼요. 이 재료만 있어도 충분히 집에서 냅킨아트를 할 수 있죠. “소재가 목재인 경우에는 젯소를 바르기 전에 거친 표면을 종이 사포·천 사포 등으로 밀어 부드럽게 다듬어야 해요. 목재가 아닌 것은 물티슈 등으로 표면을 닦아 깨끗이 정리만 하면 되죠. 목재 이외에 표면이 매끄러운 소품을 제작할 때는 다용도 실러를 표면에 골고루 발라줍니다. 프라이팬 같은 금속이나 유리·플라스틱 등은 물감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벗겨질 수 있는데 다용도 실러로 방지하는 거죠.”
그다음 젯소를 소재에 바르는 것을 ‘초벌 작업’이라고 해요. 젯소는 물감 발색이 잘되게 하고, 공예품을 견고하게 하죠. “초벌 작업 전 작업할 곳에 수건이나 비닐을 깔아 젯소가 바닥에 묻는 걸 방지해요. 신문지를 깔면 잉크가 묻을 수 있으니 사용하지 마세요. 공예용 붓이나 스펀지로 파란 부분이 보이지 않고, 울퉁불퉁 튀어나오지 않게 프라이팬 뒷면 전체에 골고루 펴서 발라줍니다. 끈적임이 강한 젯소는 제품 농도에 따라 물을 조금씩 섞어 바르기 편한 점성이 되도록 해요.” 초벌 작업을 두세 번 반복한 후 만졌을 때 손에 묻지 않도록 드라이기로 잘 말립니다.
마른 젯소 위에 흰색 아크릴 물감을 공예용 붓·스펀지를 이용해 프라이팬 뒷면 전체에 발라줘요. 물감 색은 일체감을 주기 위해 냅킨 바탕과 같은 색을 사용하는 게 좋아요. 물감을 골고루 바른 뒤에도 드라이기로 충분히 말려줍니다. “냅킨은 오려서 사용하는 경우와 전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오릴 때는 가위를 그림에 가까이 대고 자른 뒤, 냅킨을 분리해 그림이 있는 첫 겹만 써요. 전체를 쓸 때는 먼저 냅킨을 첫 겹만 분리하고 소재에 가져다 댑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프라이팬의 원하는 위치에 접착제를 2~3번 정도 펴 발랐어요. 냅킨 그림만 오리고 분리해 그 위에 살살 붙였죠. “냅킨을 붙일 때는 냅킨이 울지 않도록 물티슈나 물을 살짝 묻힌 스펀지로 꾹꾹 누르는데, 너무 세게 힘을 주면 찢어질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눌러줍니다. 이번에도 드라이기로 완전히 말립니다.” 서영 학생기자가 “자주 말리는 이유가 있나요?”라고 말했어요. “젯소·물감·접착제를 완전히 말리지 않으면 묻어나올 수 있고, 소재에 잘 고정되지 않아요. 말리는 작업이 계속 되고 오래 걸리지만 제대로 된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선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마감 작업을 해줍니다. “마감제는 공예품을 코팅하는 데 사용해요. 공예품에 마감제를 바르면 기름이나 이물질이 튀어도 물티슈로 닦아내면 깨끗해지죠. 그래서 마감제를 바른 공예품은 오래 두고 쓸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많이 쓰이는 마감제가 바니쉬예요. 바니쉬는 무광과 유광이 있고, 취향에 따라 제품을 골라 사용하면 돼요. 마감제는 프라이팬 뒷면 전체와 냅킨 그림 위에 발라줘요. 한 번에 여러 번 바르면 냅킨이 찢어질 수 있으니 한 번 바르고 말리는 작업을 반복해 2~3번 정도 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윤 작가가 준비한 레이스 무늬 스티커와 고양이 펜던트를 프라이팬 손잡이에 붙여 예쁜 냅킨아트 공예품을 완성했습니다. “금속인 프라이팬은 수분을 흡수하는 데 시간이 걸려 하루 정도 말려야 냅킨이 찢어지거나 색이 벗겨지지 않아요. 집에서도 친구 선물용으로 만들어보고, 안 쓰는 물건을 장식용으로 예쁘게 꾸며보면서 냅킨아트와 더 친해지길 바라요.”
■ 냅킨아트로 프라이팬 재활용하기
「 냅킨아트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가구를 재활용할 수 있어 실용적입니다. 안 쓰는 프라이팬에 냅킨아트로 새 생명을 불어넣어 장식용 소품을 만들어 봐요.
① 그림이 그려진 냅킨과 젯소·아크릴 물감·접착제·마감제·다용도 실러와 가위·붓·스펀지·드라이기 등을 준비한다.
② 프라이팬 뒷면에 붓이나 스펀지를 이용해 다용도 실러·젯소·아크릴 물감을 순서대로 2~3번 골고루 발라준다.
③ 다용도 실러·젯소·아크릴 물감을 바를 때마다 드라이기로 잘 말려 묻어나오지 않게 한다.
④ 그림 테두리를 따라 냅킨을 잘라 그림만 있는 첫 겹만 분리한다.
⑤ 붙일 위치에 붓으로 접착제를 2~3번 펴 바른 뒤 자른 냅킨을 붙이고, 냅킨이 울지 않게 물티슈로 세게 꾹꾹 눌러준다. 이후 드라이기로 말린다.
⑥ 프라이팬 뒷면 전체와 냅킨 위에 마감제를 발라주고 말리는 작업을 2~3번 정도 반복한다.
⑦ 그림을 더 그리거나 액세서리를 붙여주면 완성.
」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저는 취재 전까지 냅킨아트에 대해 듣긴 했지만 무엇인지 자세히 몰랐어요. 윤영심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 냅킨아트가 예쁘기도 하고 실용적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냅킨아트 하는 과정은 흥미롭기도 했어요. 프라이팬에 냅킨을 붙였는데도 붙인 티가 전혀 나지 않고 원래 그림이 프라이팬에 새겨진 것처럼 보여 신기했습니다. 냅킨아트는 어렵지 않고 간단해서 초보자인 저도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소중 친구들도 금손이 아니더라도 쉽게 냅킨아트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손서영(서울 연가초 5) 학생기자
그동안 더러운 곳과 음식물이 묻은 입을 닦는 용도로만 사용한다고 알고 있었던 냅킨이 냅킨아트라는 공예로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냅킨아트를 하면서 대상의 쓰임새가 생각만 바꾸면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특히 쓰레기가 될 수 있는 재료로 실용적인 소품을 만든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윤영심 작가님께서 제작한 수제냅킨 공예품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예뻤어요. 저도 냅킨아트를 만들었다는 것에 뿌듯했고 예술가가 된 것 같아 어깨가 으쓱했답니다.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에게 냅킨아트를 소개하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번 취재는 디자이너가 꿈인 저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됐답니다.
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이승연(오픈스튜디오)·차도아수제냅킨아트, 동행취재=손서영(서울 연가초 5)·안수민(서울 동호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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