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내기 기업 평균 주가 공모가의 두 배로
엄격한 공모가 평가, 1분기 증시 예상 밖 선전 등 영향
올해 증시에 데뷔한 새내기주가 모두 두 자릿대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보이며 순항 중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강도 긴축 탓에 자금이 메마르면서 연초 기업공개(IPO)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불황을 뚫고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된 16개 기업(리츠·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주가가 공모가 대비 평균 111%(이하 4월20일 종가 기준)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현재 주가가 평균적으로 공모가의 두 배 이상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모가 대비 등락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지난 1월27일 상장된 미래반도체다. 333%의 상승률로 신규 상장사 중 1위를 차지했다. 공모가 6000원에서 지난 20일 종가 기준 2만6000원으로 올랐다. 미래반도체는 지난 7일 장중 3만7900원까지 올라 신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미래반도체는 연초 수요예측에서도 기관 경쟁률이 약 1577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미래반도체 상장 주간사인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중이 커지고 있고, 미래 성장 잠재력이나 피어그룹(Peer Group·기업가치 산출을 위해 선정하는 유사기업) 대비 영업이익률이 높았던 점이 IPO 성공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이 상장을 주간한 꿈비가 공모가(5000원) 대비 주가 상승률이 329%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이어 제이오(148.46%), 오브젠(124.44%), 나노팀(123.46%) 등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장된 종목 중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가장 낮은 기업은 바이오인프라로 18.81%였다. 이어 엘비인베스트먼트(19.41%), 이노진(28.5%) 등 순이었다. 이들 기업은 다른 신규 상장 종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률에서 밀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두 자릿대 상승률을 보였다.
IPO 활황기였던 2021년과 지난해에만 해도 증시에 갓 입성한 종목들의 주가가 공모가에 미치지 못해 주주들이 환매청구권을 행사한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환매청구권은 상장일 이후 일정 기간까지 주가가 하락하면 공모주를 배정받은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가의 90%에 주식을 상장 주간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올해 증시에 데뷔한 종목들은 예외없이 공모가 대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초까지 IPO 시장이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애초 공모 과정에서 가치평가가 더욱 냉정히 이뤄진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올 들어 IPO 시장에서 공모총액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현재까지는 티이엠씨가 616억원으로 공모 규모가 가장 컸다. 시장의 기대를 받았던 케이뱅크, 컬리, 오아시스 등은 가치평가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줄줄이 상장을 미뤘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 2~3월 IPO 시장에서 신규상장 기업들의 약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코스피 신규상장 예정 기업 '0개',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평균이 1451억원을 기록하는 등 중소형주 위주의 '반쪽 견조함'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2분기 이후에도 당분간 중소형 기업 중심의 상장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 수는 양호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심사승인 기업 중에 '대어(大魚)'급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중소형 기업 중심으로 상장이 추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초 증시를 달궜던 '에코프로 삼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에 이어 에코프로머터리얼즈가 조만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 주간사로 선정돼 추진 중이다. 지난해 한 차례 상장을 미뤘던 올리브영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재도전에 나설 전망이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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