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 반도체 대졸신입 연봉 성과급 빼고도 5000만원…전세계가 보수경쟁
인재양성과 인력확보가 중요한 반도체업계에 두둑한 봉급과 다양한 복지제도는 경쟁사에 직원을 빼앗기지 않고 붙잡아둘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다.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는 세계 반도체업계가 직원들에게 주는 보수는 얼마나 될까.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는 지난해 기준 직원들에게 평균 317만5000대만달러(한화 1억3754만원)를 보수로 지급했다. 여기에는 매월 받는 기본급 뿐 아니라 연말 보너스와 임직원의 자사주 매입 지원 보조금 등이 포함된다. 2021년에 지급한 돈 보다 28.91% 많은 금액이다.
TSMC는 지난해 2조2600억대만달러의 매출(97조원)과 1조대만달러(43조원)의 순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번 반도체기업이 된 것이다. 2019년만 해도 TSMC의 연 평균 직원 보수는 우리돈 약 8500만원 수준으로 1억원에 못 미쳤다. 하지만 최대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연거푸 두 자릿수 증가율로 보수를 책정하면서 지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들과도 연봉 키 맞추기가 된 상태다. 이제 갓 회사를 들어온 신입사원 보수도 석사급 엔지니어 기준 연 200만대만달러(약 8600만원) 수준이다. 대만 직장인 평균 보수의 2~4배에 달한다.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부분의 직원들이 억대 연봉을 받아 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3500만원이다. SK하이닉스도 1억3385만원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 등 악화된 경영여건을 반영해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지난해 9% 보다 낮은 4.1%로 정했다. SK하이닉스는 다음달 올해 임금 인상률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보다 낮지만 최근 공격적인 인상률로 신입사원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은 DB하이텍이다. DB하이텍은 최근 신입사원 계약 연봉을 작년 4800만원에서 올해 5136만원으로 7% 높였다. 올해 DB하이텍 신입사원이 성과급을 최대치로 받으면 챙길 수 있는 돈은 7700만원 정도다. 이로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 국내 반도체 3사의 성과급을 뺀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5100만~5300만원 범위로 모두 5000만원을 돌파했다.
세계 반도체업계 슈퍼 을(乙)로 통하는 네덜란드 ASML도 고성장·고연봉 때문에 인재들이 몰리는 곳이다. 올해 1분기 반도체 불황에도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90% 넘게 성장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은 반도체 기업들이 몰려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 파격적인 임금을 내걸며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ASML코리아는 올해 임직원 평균 임금을 11.8% 올렸다. 지난해 인상률 18.3%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임금인상률을 적용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신입 엔지니어 연봉은 4800만~5100만원 선. 성과급 등을 포함할 경우 6000만~7000만원 수준을 받을 수 있다. ASML은 올해 대만 타이베이시에 대규모 공장 건설에 나서는 만큼 대만에서도 신입사원 보수를 160만대만달러( 약 6900만원) 이상으로 제시한 상황. 여기에 아이가 있을 경우 여성 직원들은 14주, 남성 직원들은 10일의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 이는 법적인 출산휴가 기간인 여성 8주, 남성 7일 보다도 길게 주어지는 것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최대 반도체회사 SMIC가 고연봉을 미끼로 반도체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통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인력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연구개발(R&D) 직원들에게 연 평균 8700만원을 지급했다. SMIC으로 인재 쏠림 현상이 나타나자 중국 내 다른 반도체기업들도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연봉 인상에 나서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현재 반도체업계 신입 엔지니어 평균 연봉이 40만위안(약 7690만원) 수준으로 2018년의 두 배로 뛰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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