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영동화' 이가영 "새로운 '또가영'을 기대하세요"
최혜진과 김세영 태국 동반 훈련 성과
최경주 재단 1000만원 기부 따듯한 가영씨
"새로운 또가영을 기대해 주세요."
이가영은 별명이 있다. ‘또가영’이다. ‘또2등가영’이란 의미다.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해 준우승만 4번을 했다. ‘준우승 전문’이란 불명예가 따라다녔다. 이가영은 지난해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97전 98기’에 성공했다. 지독한 우승 가뭄에서 벗어났다. 이가영은 2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새로운 또가영을 만들겠다"면서 "또우승가영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이가영은 아마추어 시절엔 잘나갔다. 2015년부터 3년 동안 국가대표를 지내며 동갑내기 최혜진과 주니어 여자 골프 최강자로 불렸다. 2018년 드림(2부)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3위(8591만5534원)로 정규투어 시드를 받았다. KLPGA투어에서도 ‘우승 단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고난의 연속이었다. 우승하기 전까지 22차례 ‘톱 10’에 올랐지만 마지막 2%가 부족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이가영은 "우승하지 못했을 때 그 당시엔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준우승이 꼭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우승이 없어도 ‘톱 10’을 꾸준하게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경험이 쌓여서 단단해졌고, 우승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준우승 징크스에서 탈출한 이가영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태국 전지훈련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지난 1월 15일 출국해 3월 4일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약 48일간 태국에서 연습에만 집중했다. 이가영은 "쇼트게임, 그린 주변 어프로치, 퍼터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어를 뛰면서 체력의 중요성 느꼈다"며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과 코어 훈련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가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세영과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통산 14승을 수확하고 은퇴한 김하늘이 멘토다. 이경훈 코치 밑에서 함께 배운 사이라서 친하다. 이가영은 "세영 언니는 제가 존경하는 프로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작은 체구에서 엄청난 거리를 내고, 특히 손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고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하늘에 대해선 "하늘 언니는 우승 기회가 왔을 때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다"면서 "철저하게 관리하는 모습도 닮고 싶다"고 했다.
이가영은 일관성이 강점이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 등을 잘 다룬다. 특히 벙커 샷은 자신 있다. 2014년 최경주 골프 꿈나무 7기에 뽑혀 벙커 샷을 확실하게 배웠다. 이가영은 "최경주 프로님에게 배운 벙커 샷은 잊을 수가 없다"며 "하루에 8시간 벙커에서 연습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새 웨지를 들고 갔는데 그루브가 달아서 동전 모양이 생길 정도였다"며 "벙커는 언제든 OK"라고 힘줘 말했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벙커 팁을 달라’는 말엔 "벙커 샷은 공을 먼저 치는 것이 아니다. 공 뒤의 모래를 쳐서 그 폭발력으로 탈출시키는 것"이라면서 "헤드를 많이 열고 자신 있게 스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가영은 마음이 따듯한 선수다. 지난해 12월 최경주 재단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이가영은 "최경주 골프 꿈나무로 해외 동계훈련을 하고, 연습 라운드를 비롯해 다양한 지원을 받았던 시간을 감사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후배들이 그런 시간을 누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가영은 지난해 KLPGA투어의 대표적인 나눔 활동 프로그램인 ‘드림위드버디’에 참여했다. 버디 1개당 2만원을 약정했고, 총 278개의 버디를 낚아 556만원을 적립했다. 지난해 ‘드림위드버디’ 최고액 기부 선수다. 이가영은 "올해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버디가 나올 때마다 좋은 곳에 기부할 것"이라면서 "누군가에 도움을 주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이가영은 든든한 후원자가 많다. 바로 팬클럽 ‘가영동화’의 회원들이다. 그는 "2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회원수는 900명이 넘는다"며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주 15명이 대회장에 나와서 응원을 한다. 지난해 첫 우승을 했을 때는 팬클럽 회원들에게 소고기를 사겠다는 약속도 지켰다. 이가영은 "일반 직장인의 경우엔 휴가를 내고 오시기도 한다"며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가영동화 회원들은 이가영의 태국 전지훈련에도 따라왔다. 그는 "우승을 할 당시 눈물을 흘리는 분이 계셨는데 아빠인 줄 알고 계속 카메라가 잡았다"고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이가영은 올해 상반기 1승, 하반기 1승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작년보다 더 나은 시즌을 만들고 싶다"며 "최소 2승을 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13일 끝난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하며 우승을 향한 시위를 당겼다. 이가영은 "샷이 좋다"면서 "스코어 관리가 잘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는 좋은 소식만 전하겠다"며 "아름다운 '가영동화'를 써보겠다"고 활짝 웃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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