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왕관도 망토도 없다…대관식에 前남편 부른 커밀라 큰 그림 [영상]
다음달 6~8일(현지시간) 사흘간 진행되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은 그의 배우자 커밀라의 ‘퀸(Queen, 왕비) 데뷔 무대’다. 커밀라는 자신의 달라진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대관식 준비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영국 대중지 미러는 “커밀라가 대관식의 전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자신의 요구 사항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대관식 기간에 거리 파티와 지역 행사에서 제공되는 ‘빅런치’ 메뉴를 직접 선정했다고 한다. 일명 ‘대관식 키슈’인 이 요리는, 프랑스식 달걀 타르트인 키슈에 시금치와 잠두콩, 체다 치즈, 타라곤(허브의 일종) 등을 추가했다. 채식주의자를 배려해 고기 등은 넣지 않았다. 그린 샐러드와 삶은 감자도 함께 제공된다.
가디언 등은 “시금치 키슈는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치킨’(카레 크림 소스를 얹은 닭고기 요리)보다 훨씬 특색 없고 일반적”이라며 “심각한 생활비 위기를 겪고 있는 영국 국민들 앞에 소박함을 선보이고 싶은 커밀라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그간 ‘다이애나비로부터 찰스 왕세자를 빼앗은 불륜녀’로 낙인찍혔던 자신의 이미지를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왕비’으로 반전시키려는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앞서 왕실은 지난 5일 세계 2000명에게 대관식 초청장을 발송하면서 ‘퀸 커밀라(커밀라 왕비)’를 공식 사용했다. 더타임스는 “이로써 그간 커밀라를 비공식적 명칭인 ‘왕의 배우자(Queen Consort)’로 부르던 왕실 정책은 종료됐고, 공식 직함인 ‘왕비’를 사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2005년 찰스 왕세자와 결혼한 커밀라는 다이애나비처럼 프린세스 칭호를 받지 못하고 콘월 공작부인으로 불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작고 이후 찰스가 왕위를 승계하고 나서야 군주로서의 여왕(Queen Regnant)과 구별돼 ‘왕의 배우자’란 뜻의 퀸 콘소트라 불려왔다. 미러는 “찰스 국왕은 대관식을 통해 커밀라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한다”면서 이번 대관식의 또다른 주인공이 ‘커밀라 왕비’라고 전했다.
18세기 이후 첫 ‘왕관 재활용’
커밀라는 대관식 의상도 검소함을 부각할 예정이다. 왕실은 그가 18세기 이후, 대관식에서 새 왕관을 맞추지 않는 첫번째 왕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신 1911년 메리 왕비가 대관식 때 썼던 왕관을 재사용한다. 메리 왕비는 조지 5세 국왕의 부인이자, 찰스 3세의 증조 할머니다.
인디펜던트는 이를 두고 그간 찰스 3세가 강조해온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가치에 발맞춘 행보라고 전했다.
이전 영국 왕비들이 대관식 왕관을 장식했던 105.6 캐럿(21.12g)짜리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 다이아몬드는 인도가 제국주의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 ‘피눈물’의 상징으로, 인도와의 외교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대신 엘리자베스 2세가 브로치 등으로 사용한 남아공산 컬리넌 다이아몬드가 커밀라 왕관을 장식할 예정이다.
간소한 드레스, ‘국민과 결혼’ 의미하는 반지
대관식 드레스 역시 간소한 디자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찰스 3세가 과거 국왕들이 대관식 때 입던 전통 바지와 실크 스타킹 대신 군복을 입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커밀라의 드레스 역시 과거처럼 화려한 디자인과 값비싼 소재를 지양하고 현대적이고 단순한 스타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드레스 디자인은 브루스 올드필드가 맡았다.
영국 대관식에서 군주와 배우자는 통상 매우 화려한 망토를 입어 신비롭고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왔다. 인디펜던트는 “찰스 3세가 현대적인 의식을 원하고 있어, 사치스러운 망토를 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또 커밀라의 대관식 액세서리는 ‘국민과의 결혼’을 상징하는 ‘왕비의 반지’가 될 것으로 매체는 예상했다. 이 반지는 1831년 윌리엄 4세의 대관식에서, 애들레이드 왕비를 위해 제작됐다. 1937년 조지 6세의 대관식 때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가 착용한 게 마지막이다.
“대관식에 정부 예산 쓰지 마라” 51%
6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이번 대관식 초청 인원은 2000여 명으로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때(8000명)보다 크게 줄었다. 75세 고령인 찰스 3세의 나이를 고려해 대관식 절차도 크게 간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왕과 왕비가 사용할 왕관과 왕홀 등을 포함해 영국 왕실의 권위와 정통성을 자랑하는 보물이 총출동해 화려한 볼거리는 예전과 다름없을 것으로 영국 매체들은 예상했다. 대관식 전 과정은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커밀라와 이혼한 전 남편 앤드루 파커 볼스도 대관식에 초청받아 커밀라의 왕비 등극을 현장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커밀라와 파커 볼스는 1973년 결혼했다 1995년 이혼했다. 두 사람 사이엔 두 남매가 있다. 이들 남매가 낳은 커밀라의 손자녀 중 3명이 대관식에 명예 시동으로 커밀라를 돕는다.
파커 볼스는 젊은 시절 찰스 3세의 여동생인 앤 공주와 로맨스 관계를 맺은 적이 있으며, 이후엔 친구로 지내왔다. 찰스 3세와는 같은 폴로팀에서 뛰고 경마를 즐겼다. 찰스 3세가 다이애나비와 결혼할 때 왕립 근위 기병연대 지휘관으로 마차를 호위했었다.
한편,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 ‘인기없는 군주’ 찰스 3세의 대관식을 바라보는 영국 시민들의 눈길은 싸늘하다. 언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영국 정부는 대관식 자금을 지원해선 안된다’고 답변한 이들이 51%로 과반이었다.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답변한 이들은 32%에 불과했고, 18%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지난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비용은 91만2000파운드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500만 파운드(약 410억원)다. 이에 대해 올리버 다우든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너무 사치스럽지 않게 신경썼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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