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콧물에 피가…"오전 환기도 자제" 미친 날씨에 독해진 이것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20도가 넘는 따뜻한 날씨 속에 바람을 타고 하얀 꽃가루가 여기저기 날렸고 샛강 수면 위에도 수북하게 쌓였다. 자전거를 타러 나온 유모씨(67)는 “원래 봄이 되면 이곳에서는 꽃가루가 날리는 모습이 보이는데 올해는 유독 그 양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 등을 일으키는 꽃가루가 올봄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21일까지 측정된 누적 참나무 꽃가루 양(국립기상과학원의 채집기 한 대에 포집된 누적 양)은 7830개로 이미 지난 봄철(3274개)의 두 배를 넘었다. 이상고온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꽃가루 날리는 시기가 빨라지고 농도는 더 짙어졌다고 한다. 국립기상과학원이 구리한양대병원 앞에서 꽃가루를 측정한 결과, 알레르기 유발성이 매우 강한 참나무 꽃가루는 지난 4일부터 날리기 시작했다. 지난해보다 9일이나 앞당겨졌으며 최근 10년을 기준으로도 가장 빠르다. 지난 20일에는 하루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415개의 꽃가루가 수집되기도 했다. 그만큼 공기 중에 떠다니는 꽃가루가 많다는 뜻이다.
“비염 증세 심해져…다시 마스크 쓴다”
덥고 건조한 봄, 꽃가루 폭탄 불렀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봄꽃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서 꽃가루에 노출되는 시기가 앞당겨졌고, 가뭄에 시달릴 정도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꽃가루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아졌다. 김규랑 국립기상과학원 연구관은 “올해는 꽃가루 날리는 시기가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시작됐다”며 “특히 고온 건조한 날에는 꽃가루가 가라앉지 않고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람들 콧속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도 “일찍 개화가 진행되면서 꽃가루 기간이 늘어나다 보니 꽃가루 알레르기에 노출되는 환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황사 등의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잦아지면서 알레르기 염증 반응을 더 악화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바이러스도 전달…오전에 환기 자제”
꽃가루가 위험한 건 단순히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꽃가루는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각종 바이러스를 매개할 수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오 교수는 “대기 오염이 심해질수록 꽃가루 독성은 더 올라가고 꽃가루에 바이러스가 묻으면서 전달체 역할까지 한다”며 “꽃가루는 하루 중 오전에 제일 많이 떠다니기 때문에 오전에는 가급적 바깥출입을 삼가고 환기를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정상원 인턴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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