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견제 위해 미군 있어야" DJ 놀래킨 김정일 뜻밖 발언 [김대중 회고록]

고대훈, 강병철 2023. 4. 24.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육성 회고록’ 오늘 첫 독점 공개


“러시아·중국·일본 등 우리를 먹으려 했던 나라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통일 이후에도 있어야 합니다. (미군 철수 주장) 그것은 우리 인민들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DJ)과 얼굴을 맞댄 자리에서 직접 건넨 말이다. ‘외세 점령군’ 주한미군의 철수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북한의 공식 입장을 부인하는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DJ는 생전에 남긴 구술(口述) 동영상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김대중(DJ·1924~2009년) 전 대통령은 생전에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구술을 했다. 2006년 7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15개월 동안 한 차례에 약 한 시간씩 모두 41회 분량이다.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 퇴임 이후까지 영욕이 교차하는 80여 년을 회고했다. 구술 내용은 생생한 육성과 함께 동영상에 담겼다. 구술 녹취를 풀면 25만 자에 달한다. 자신의 목소리와 함께 동영상 기록을 남기기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DJ가 처음이다.

중앙일보는 동영상을 보존하고 있는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의 협조 아래 구술 내용을 면밀히 검토했다. DJ의 자전적 이야기는 논쟁적일 수 있다. 이념과 관점에 따라 평가가 충돌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공(功)과 과(過)가 있다. 20세기와 21세기 초반에 걸친 그의 인생은 빛과 그림자로 굴곡진 우리 현대사를 관통한다. 중앙일보는 DJ의 육성을 통해 돌아본 과거를 역사적 기록과 실체적 교훈으로서 되새길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DJ가 헤쳐 온 발자취와 시대적 사건을 선별해 ‘김대중 육성 회고록’을 독점 연재하기로 했다.

시기적으로 구술은 격동의 시대를 조망한다. 1920년대 DJ가 태어난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한국전쟁과 분단, 유신과 신군부 정권, 민주화 시대를 거쳐 대통령 통치로 이어지는 시간들을 조망한다.

사건적으로는 대하드라마 못지않은 파란만장한 장면들과 조우한다. 대통령 자리를 놓고 벌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대결(71년), 유신시대와 도쿄 납치사건(73년), 전두환 신군부의 등장에 이은 탄압과 저항(80년~), 최대 국난이었던 IMF 외환위기 극복과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 등 대통령 재임기 정책(98~2003년) 등 못다 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DJ의 인간적 면모로는 그의 열정과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사형수·망명·가택연금·대통령 당선으로 펼쳐지는 길고 험난했던 여정 속에서 겪는 정신적 부침, 부인 이희호 여사를 향한 애틋한 마음 등 진솔한 속내가 담겨 있다.

양재진(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상은 우리 사회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들을 고인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풀어냈다는 점에서 학문적 연구와 교육 차원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가 현대사다… 김대중의 육성 회고록’은 DJ의 육성 동영상에서 구술 내용을 푼 녹취록을 토대로 언론 보도, 학술 논문, 책자 등 관련 자료들을 참고해 재구성했다. 24일부터 ‘The JoongAng Plus’(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에 우선 공개한다. 첫 회(남북 정상회담 비화)에 이어 2회(27일)와 3회(5월 1일)에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내막,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애증을 우선적으로 소개한다.

중앙일보-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공동기획

고대훈·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