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명 고백하자" 해도 선 그었다…'돈봉투' 끌려가는 野, 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탈당·귀국 결정에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송 전 대표가 사건 자체를 모른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꼬리 자르기”라고 성토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송영길 전 대표의 즉시 귀국과 자진 탈당 결정을 존중한다”며 “귀국을 계기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고 투명하게 규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가 전날 오후 11시(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현지 기자회견에서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귀국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겠다”고 말한 데 대한 ‘두 줄’짜리 반응이었다.
송 전 대표는 24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의 귀국만으로 돈 봉투 의혹이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송 전 대표가 전날 회견서 돈 봉투 의혹 진위에 대해 “후보가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던 사정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는 “보고받은 기억이 없냐”는 질문에도 “예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대신 “검찰 수사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다”고 말해, 검찰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비판을 이어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4일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사건에 대해 여전히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결국 국민이 아닌 민주당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할 일 다 했다는 듯한 꼬리 자르기 탈당”이라고 논평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송 전 대표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허탈할 지경”이라며 “꼬리 자르기 하려는 모습들에서 이미 기득권이 되어버린 민주당의 구태정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민주당 역시 별다른 타개책이 없다는 점이다. 권 수석대변인은 22일 “자체조사 등 당 차원 대책이 있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사건) 진행 상황을 보면서 거기에 맞춰 당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신정훈 의원이 “민주당 의원 169명 모두 진실 고백 운동을 시작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권 수석대변인은 “당에서 집단적 대응을 한다는 방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때문에 당이 끌려다니는 처지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이 아무런 조치를 안 했는데, 송 전 대표의 귀국만으로 비판 여론이 가라앉겠냐”며 “최소 한 달은 파문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초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하라’는 수준의 메시지만 낸 것도, 그의 귀국 결정에 겨우 ‘존중한다’는 브리핑을 한 것도 너무 소극적”이라며 “자체 조사라도 벌여서 털고 넘어가야 하는데 이 대표를 의식하니 스텝이 꼬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육성이 공개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거취를 정리해서라도 위기를 뚫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조만간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탈당 요구가 터져 나올 것”이라며 “질질 끌지 말고 (당이) 판단을 내려주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충청권 의원도 “이제 송 전 대표가 결단했으니, 나머지 관련자들이 응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에 대한 윤리심판원 회부 주장에 대해 “윤리심판원은 성 비위, 도덕적 행위에 대해 조사하는 기구라서 회부 요건이 안 된다”라며 일축했다고 한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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