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테이블' 위 레몬과 소금 놓인다…尹 방미 빛낼 이례적 오찬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서 ‘보훈’이 차지하는 무게감은 오찬 장소에 설치될 ‘실종자 테이블’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미가 함께 기획한 조형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다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억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또 해당 오찬에서 미군 참전용사들에게 최고 무공 훈장을 수여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미국 순방 중 한미 주요 인사 300여명과 감사 오찬을 갖는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오찬에선 랄프 퍼켓 예비역 육군 대령, 엘머 로이스 윌리엄스 예비역 해군 대령, 고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 등 3명의 미 참전용사에게 태극무공훈장 수여도 이뤄진다. 한국 대통령이 외국에서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첫 번째 사례다.
랄프 퍼켓 대령은 1950년 11월25일 미 제8군 유격중대 중대장으로 참전해 평안북도 소재 205고지 진지를 6회에 걸쳐 사수하고 대원들의 목숨을 구한 공적으로 유명하다. 엘머 로이스 윌리엄스 대령은 1952년 11월 적군 미그15기 7대와 교전 끝에 4대를 격추시켜 6·25전쟁이나 베트남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공을 세웠다.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는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에서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 부하들의 희생을 막았다.
이번 오찬에서 또 눈에 띄는 건 대통령실과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이 준비하는 ‘실종자 테이블(Missing man table)’이다. 이 테이블은 미군 식당에 상시 설치되거나 주로 베트남 전쟁 실종 용사를 기리는 의미에서 주요 추모 행사 때 마련된다. 해외 정상의 오찬에 기획되는 건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테이블은 비어있는 상태로 다양한 상징을 지니고 있다. 실종자를 향한 영원한 관심을 원형 테이블로 표현했고, 육군·해군·해병대·해안경비대와 민간인 등 6개 영역을 6개의 의자가 대표한다.
테이블에 놓인 하얀 식탁보는 조국의 부름에 응한 순수한 뜻을, 빨간 장미는 참전용사의 피와 희생을 상징한다. 접시에 레몬 한 조각과 소금은 각각 실종자의 비통한 운명과 귀환을 염원하는 가족들의 눈물을 나타낸다. 테이블 위 불 밝힌 촛불에는 실종자가 집에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의 의미가 담겨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부부의 추모 촛불 점화를 통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참전용사를 끝까지 찾겠다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전하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재 해군 무관을 지낸 김진형 예비역 제독은 “6·25 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한·미 장병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양국 공동의 결의로 읽힌다”며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또 해당 오찬에 한미동맹의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인물들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한미 동맹의 상징인 밴플리트 장군의 외손자 조셉 맥크리스천 주니어, 백선엽 장군의 장녀인 백남희 여사가 대표적이다. 또 제2연평해전 승전의 주역인 이희완 해군 대령, 연평도 포격전 당시 포7중대장이었던 김정수 해병대 중령,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해군 대령과 참전 장병인 전준영 예비역 해군 병장,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 사건 부상 장병인 하재헌 예비역 육군 중사와 김정원 육군 중사, K9 자주포 폭발 부상 장병인 이찬호 예비역 육군 병장, 김포 지뢰 폭발 사고 부상 장병인 이주은 예비역 해병대 대위 등 8명도 자리를 함께 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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