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중도의 시간이 올까

강준구 2023. 4. 24.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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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을 앞두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제3지대론을 들고 나왔다.

이내 제3지대는 '비패권지대'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대선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지만 문제의식마저 사라진 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제3지대론이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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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사회2부 차장


19대 대선을 앞두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제3지대론을 들고 나왔다. 이내 제3지대는 ‘비패권지대’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친박과 친문 패권주의 사이에서 정치적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대선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지만 문제의식마저 사라진 건 아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극우 인사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개딸에 매달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치적 탄압으로 포장하려 한다. 아무리 정당이 권력 쟁취를 위한 정치 결사체라 하더라도, 국민감정을 넘어선 당리당략과 권력욕은 대중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지난 21일 기준 각각 32%로 도긴개긴이었고, 무당층은 31%에 달했다(한국갤럽).

문재인정부를 거치며 이념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대통령 탄핵이 있기 전까지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정부의 가장 큰 우군이었다. 문정부는 이를 대신할 문팬 세력화에 공을 들였고, 결국 개딸이라는 맹목적 지지층이 탄생했다. 친박, 친문, 개딸로 이어지는 조직화 과정에 편승하는 정치인이 늘어나면서 이념 갈등이 극대화됐다. 중도층이 정치에 등을 돌리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제3지대론이 불거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 같은 형태로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양비론이 중도주의일 수는 없다. 제3지대의 정책 방향성을 구축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는 개혁, 외교는 한·미동맹 강화 같은 국정 분야별 정책 이념을 달리해야 할 텐데 의견수렴부터 난항일 것이다. 지금은 양비론만 들고 총선에서 표를 달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분당을 기반으로 하는 정계 개편보다는 당내 소신파에 의한 개혁이 더 설득력 있고 성공 가능성도 클 것이다.

지금 중도에 기대하는 것은 정치적 노선보다는 정치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의 강제 철거 목전까지 갔다가 이를 연기했다. 철거의 가장 큰 이유는 보수 지지층의 불만이었다.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가 있는 이들에게 이태원 참사 분향소는 눈엣가시다. 우려와 달리 지난 두 달여간 분향소 주변에선 어떤 갈등이나 충돌도 일어나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음에도 철거를 강행하려 했던 건 오로지 지지층의 감정을 위해서다. 그리고 이런 맹목적 지지층만을 위한 행동이 지금까지 중도층의 정치 혐오를 불러왔다.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통합을 이끌어야 할 정치인들이 이기적인 정치 기술자로 변한 상황이 자꾸 제3지대를 호출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감이 탄생시킨 윤석열정부는 특히 외교·경제 분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기 국면이 오면 검찰이 구원 투수로 등장해 국민의 시선을 돌릴 만한 거악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여러 번이다. 따져보면 우린 수년간 정치 지도자의 진솔한 사과를 본 기억이 드물다. 사회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이를 조율해 새로운 대안이나 합의를 끌어내는 정치인도 없다. 하다못해 말이라도 그렇게 하는 이마저 귀하다. 입바른 소리만 했다 하면 지지층이 뭇매를 놔 당에서 쫓아내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그럴 것이다. 어떤 면에선 지지층 표만 믿고 쉽게 정치했던 기술자들의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곤경에 처한 것에서 보듯 중도의 시간이 올 것 같기는 하다. 무엇보다 당내 중도적 인사들이 제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정계 개편이든 당내 개혁이든 중도의 시간은 그때부터 시작될 것 같다.

강준구 사회2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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