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시의 어려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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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현대시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였다.
시란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는, 쉬운 말로 이뤄진 따뜻한 글이거나 사회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일종의 선언이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 질문이다.
우선 시를 읽는 독법을 바꾼다면 어려울 것 하나 없다는 입장이다.
시에서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문장 하나하나를 섬세히 감각하려 하다 보면 시는 어려울 것 없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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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현대시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였다. 시란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는, 쉬운 말로 이뤄진 따뜻한 글이거나 사회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일종의 선언이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 질문이다. 이는 시에 대한 편견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런 시들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들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을 받으면 나는 상반되는 두 개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대답하고는 한다. 우선 시를 읽는 독법을 바꾼다면 어려울 것 하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대부분 수능이라는 객관식 테스트를 준비해본 경험이 있고, 글을 해석한 뒤 명확한 결론을 도출해야 했기에 시에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에는 정답이 없다. 시에서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문장 하나하나를 섬세히 감각하려 하다 보면 시는 어려울 것 없이 읽힌다. 잘 읽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건너뛰면 된다.
다른 하나는 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사이언스지를 읽으며 이해되지 않는 과학 지식에 대해 어렵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 분야를 일반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 역시 마찬가지다. 시는 고도로 발달한 한국어다. 시인은 언제나 언어의 최첨단에서 연구하고 실험한다. 시는 한국어의 새로운 영토에서 언제나 발굴되고 창조되는 것이다. 그 흐름을 계속 공부해온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이상이 시를 썼던 백 년 전, 그 시들은 너무 어렵다는 독자들의 항의에 신문 연재를 중단해야 했다. 연재 중이던 것은 한국 문학 사상 가장 실험적이라고 평가받는 작품 중 하나인 ‘오감도’ 연작이었다. 어려움은 언제나 그것에 맞닥뜨린 사람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위협적이라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려움이 없다면 지속도 발전도 없다. 갱신은 언제나 어려움 속에서 발생한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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