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미·중 간 대만 문제의 진면목

2023. 4. 2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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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대만해협 긴장의 파고가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의 도발로 가뜩이나 안보 불안에 시달리는 한반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미·중 간에 대만 문제는 50여년 역사를 지닌 매우 익숙하지만 해결이 난망한 고질적 현안이다. 1971년 7월 8일 헨리 키신저의 역사적인 베이징 비밀 방문 이래로 미·중 양국은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또 위기관리를 위한 타협을 반복해 왔다.

마오쩌둥은 1971년 키신저와 저우언라이의 첫 협상 보고를 들은 후 뜻밖에도 미·중 관계 개선의 최대 장애로 대만 문제보다는 베트남 문제를 거론했다. 심지어 마오는 미국이 대만에서 철군하는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마오는 당시 대만 문제를 유인원의 꼬리에 비유했다. 대만 문제는 현재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유인원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퇴화하는 꼬리처럼 해소될 것이라 기대했다. 마오는 문화혁명과 소련의 안보 위협이라는 내우외환에 직면해 체제 안전을 위해 미국과의 데탕트라는 모험을 시도한 것이다. 마오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다면 세부 쟁점으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마오는 대만 문제보다는 오히려 국가안보와 국제적 세력 균형에 예민해 있었다. 이후 대만 문제는 줄곧 미·중 관계의 맥락에서 부침을 거듭해 왔다.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예외 없이 대만 문제가 가장 첨예한 갈등 요인으로 등장했다. 반면에 미·중 관계가 안정되면 양국은 대만의 현상 유지에 대한 암묵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만 문제가 양국 관계의 갈등을 초래치 않도록 관리해 왔다. 요컨대 대만 문제는 역사적으로 미·중 갈등을 초래한 독립변수이기보다는 미·중 대립과 갈등의 결과물인 경우가 더 많았다.

미·중 경쟁과 대립이 최고조에 이른 현재 상황에서 대만 문제가 다시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어찌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역사의 반복이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대립이 고조되는 주요한 배경은 미·중 관계가 세력 경쟁 양상으로 확장되면서 양국 사이에 큰 틀에서 지난 50년간 유지돼 왔던 대만의 ‘현상 유지’에 대한 암묵적 합의와 신뢰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시진핑 정부가 중화민족의 부흥을 주창하며 군사력을 증강하는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를 강행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면서 점진적으로 대만 차이잉원 정부의 독립 의지를 부추기고 있다며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원할 강한 동기나 여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중국 역시 무리하게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대만 여론 역시 대만 독립의 공식화에 대한 반대 의견이 높고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신뢰도 굳건하지만은 않다.

미·중 관계는 대립이 고조되고 있긴 하지만 대화와 협상 그리고 협력도 모색되면서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중 양국 모두 근본적 해결이 난망한 대만 문제로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는 것은 피하기 위한 대화도 병행하고 있다. 요컨대 대만 문제는 향후 복잡한 변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만 문제가 한국 외교에 예상치 않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중 관계에서 대만 문제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대만 문제를 미·중 대립의 수단으로 소모되는 차원에서 단순하고 협소하게 이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복합적인 미·중 관계의 전체적 변화 기류, 중국의 국내 정치·경제 상황, 그리고 내년 대만 총통 선거와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정밀하게 교차 분석하면서 한국의 장기적이고 정교한 전략을 수립·대응해 가야 한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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