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한·중 관계와 중국인 단체여행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얼마 전 광둥성 광저우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공장을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끈다. 시 주석의 남방 시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이달 초 중국을 찾은 에마뉘엘 마르롱 프랑스 대통령 접대다. 중국 영남원림(嶺南園林)의 특색이 물씬한 광저우 쑹위안(松園) 빈관으로 마크롱을 초대해 사적인 유대 관계를 다졌다. 마크롱은 감격했는지 이후 친중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선전(深圳)엔 또 올해 100세의 어머니 치신(齊心) 여사가 살고 있어 시 주석이 짬을 내 어머니를 찾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홍콩 언론은 전한다. 시 주석의 LG공장 방문은 이런 일정 속에 이뤄졌다. 시 주석이 집권한 이후 한국 기업의 현지 공장을 방문한 건 처음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시간여 시찰 중 한·중 우의를 강조하는 덕담도 했다. 조심스럽지만 한국에 관계 개선의 손짓을 보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때맞춰 지난 22일 개막, 29일까지 열리는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5편이 상영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이뤄지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양국 관계엔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라 하지 않는가.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C-Trip(携程)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아직도 싸늘한 한·중 관계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해외여행 상품 소개에서 한국을 찾을 수 없다.
특히 단체여행 상품 소개를 보면 더 기가 막힌다. 아시아 20개국 상품 명단 어디에도 한국은 실종 상태다. 해외여행 국가로 일본이 가장 먼저 선전되고 있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중국의 또 다른 온라인 여행사인 페이주(飛猪)는 어떤가. 동남아, 유럽, 미주, 오세아니아, 중동과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적시했지만 한국은 역시 없다. 중국은 이달 29일부터 닷새간 5.1 노동절 황금연휴에 들어간다.
이 기간 중국인의 해외여행 예약은 지난해 대비 18배나 폭증했다고 중국 언론은 전한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은 방콕, 푸껫, 몰디브, 발리, 치앙마이 등이란 안내가 따른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중국 조사에선 서울이 홍콩과 방콕,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인 여행객 목적지 4위에 올랐다는 보도도 있다. 단체여행이 허용되지도 않고 여행 사이트에서 전혀 홍보가 되지 않는 걸 고려하면 정말 놀라운 결과다.
중국 정부의 의지와 달리 중국 국민의 한국 사랑은 남달라 보인다. 한·중 관계 개선은 중국인의 자유로운 한국 단체여행 허용에서 시작돼야 마땅하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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