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하이테크 문화공장, 퐁피두 센터

2023. 4. 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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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프랑스 파리의 현대를 대표하는 상징물은 단연 퐁피두 센터다. 당선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반대 여론이 거셌으나 1977년 개관 후에는 세계의 찬탄을 한몸에 받으며 현대건축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파리 한복판 보부르는 사창가와 술집이 즐비하고 온갖 쓰레기의 악취가 진동하는 동네였다. 오죽하면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역설적 이름으로 불렀을까. 1969년 당시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는 이 지역을 재개발하여 새로운 문화 중심으로 삼으려 했다. 때마침 현대미술관 건립과 국립도서관의 확장이 필요했다. 현대미술관과 정보도서관의 복합문화시설을 보부르에 짓기로 결정하고 1971년 국제현상설계경기를 열었다.

공간과 공감

당선자는 무명의 신예팀인 영국의 리차드 로저스와 이탈리아의 렌조 피아노였다. 첨단의 공학 기술을 이용한 이들의 계획안을 하이테크 건축이라 불렀고, 두 건축가는 세계 각지에 중요한 하이테크 건축물을 끊임없이 세우고 있다.

건물 외벽에 강철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 초대형 트러스(truss)를 걸었다. 내부 기둥은 하나도 없이 50×170m의 규모, 지하 3층 지상 7층의 거대한 공간을 이루었다. 건물 내부에 있어야 할 상하수도와 가스 전기 배관을 밖으로 끄집어냈고, 에스컬레이터와 계단과 복도까지 모두 바깥에 배열했다. 일절 방해물 없이 완전히 개방된 내부는 어떠한 구획도 가능한 가변적 공간, 모든 행위를 담을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 되었다.

외관은 색색의 파이프를 배열해 흡사 화학공장 같고, 사선으로 걸린 에스컬레이터는 선박의 탑승 계단처럼 보인다. 건물 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전면 광장에 앉으면 센터 외벽은 그 자체가 거대한 현대적 설치 예술품이 된다. 방문객의 70%가 이 ‘문화공장’의 외관만 관람하기 위해 온다니 더없이 중요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퐁피두 센터는 현대 예술을 위한 혁신적 공간이고, 공학과 예술이 융합된 하이테크의 시조이며, 건축과 도시를 하나로 통합한 진정한 도시건축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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