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장난’ 등 비외교적 언사, 한·중 우호엔 도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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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인터뷰에 중국 잇따른 과민 반응
양자외교 성과 내면서 늘 제3자 변수 유의해야
힘에 의한 대만해협의 현상(Status quo)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놓고 중국이 비외교적 언사까지 동원하며 과민하게 반응한 것은 한·중 우호를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한·중 관계가 과도하게 영향받으면 오랜 이웃인 한·중 모두에 이로울 것이 없음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대만해협의 긴장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힘에 의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 때문에 일어났다”고 진단하면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그런 현상 변경을 절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대만 문제는 단지 중국과 대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이슈”라고 덧붙였다. 짧은 인터뷰 내용을 찬찬히 복기해 보면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었고,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임을 고려해 윤 대통령은 미·중 경쟁에 대해 신중하게 임했다”고 로이터통신도 분명히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만해협 및 한반도 등 동북아의 ‘평화’를 중시한 언급이었다.
중국도 발언의 맥락과 취지를 모르지 않을 텐데 발끈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면서 “대만 문제는 타인의 ‘말참견(置喙)’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거칠게 반응했다. 그날 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무례하다”며 항의했다.
‘늑대 외교관’으로 불리는 친강 외교부장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지난 21일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玩火者 必自焚)”는 비외교적 수사를 동원했다. ‘불장난’이란 표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두 차례 사용한 전례가 있다. 이번 인터뷰 논란이 더 큰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한·중 양측은 냉정한 상황 관리에 나설 때다.
윤 대통령은 오늘 미국 국빈 방문 길에 오른다. 오는 26일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기자회견도 예상된다. 한·미 동맹 70주년이라는 각별한 해인 만큼 양국의 우호를 강조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것이다. 한국전쟁 등 함께 싸운 보훈을 강조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제3자를 자극할 수 있는 돌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외교는 다양한 상대가 있어 양자 외교를 하더라도 제3자의 입장과 변수를 동시에 고려하는 노련함이 요구된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에 300억 달러(37조원) 원전 수주에 고무된 나머지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란 불필요한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순방 외교 리스크는 줄이되 기회는 최대한 살리는 지혜를 대통령실이 발휘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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