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100만 달러짜리 ‘기부 홀인원’
전인지(29)가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 더 클럽 칼튼 우즈에서 열린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셰브런 챔피언십 3라운드 17번 홀(164야드)에서 홀인원을 했다. 핀 오른쪽으로 날아간 공은 그린에 떨어진 후 약간 왼쪽으로 휘어 홀에 들어갔다.
17번 홀 첫 홀인원에는 100만 달러가 걸려 있다. 돈을 선수가 갖는 건 아니다. 스폰서인 셰브런이 낸 100만 달러를 LPGA 재단, 걸스 골프 휴스턴 등 여러 기관에 선수 이름으로 기부한다. 셰브런은 또 17번 홀에서 버디가 나올 때마다 1만 달러씩 기부한다.
전인지가 홀인원을 하자 미국 관중은 “채리티 걸”을 연호했다. 우리 말로 기부 천사 정도의 뜻이다. 앞서 전인지는 2015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전인지 랭커스터 컨트리클럽 교육재단을 설립해 대회장 인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미국 팬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전인지는 “이번 주에 홀인원에 좋은 차가 걸려 있어 선수들끼리 얘기를 많이 했다. 17번 홀로 가면서 ‘이 홀에서 홀인원하면 언더파로 갈 수 있으니까’ 하는 욕심도 났다. 내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떨어져 홀인원이 됐다”며 “‘아, 여기는 차가 없네’ 하고 아쉬워했는데, 그 홀의 의미(100만 달러 기부)에 관한 얘기를 듣고 ‘뭔가 이게 더 값진 게 아닐까’라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또 “어떤 물건을 사면 2~3일 기분 좋고 만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돕거나 기부하고 박수받으면 삶이 가득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다. 1년 후, 혹은 10년 후, 20년이 지나도 그렇다. 그게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늘도 내가 홀인원을 함으로써 어딘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홀인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돕게 돼 정말 행복하며 셰브런이 그런 기회를 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전인지는 ‘가장 의미 있는’ 홀인원 이후 3개 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사실 전인지는 허리 통증 등으로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6오버파로 부진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쳐 컷을 통과했고, 3라운드에서 홀인원 등으로 3타를 줄였다. 전인지는 3언더파 공동 18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선다. 공동 선두 알리슨 코페즈, 에인절 인과 7타 차다. 그 밖에 양희영이 9언더파 공동 3위, 최혜진과 김효주, 김아림이 8언더파 공동 6위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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