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교민 28명 대사관 피신, 수송기·청해부대 구출작전
최근 군벌 간 유혈 충돌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북아프리카 수단에 거주 중인 한국 교민들은 23일(현지시간) 현재 수도 하르툼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모여 대피를 기다리고 있다.
남궁환 주수단대사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재 교민 28명이 전원 집결해 안전하게 대사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다각적으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미국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현지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기 때문에 외교부 본부와 현지에 파견된 신속대응팀이 긴밀히 연락하며 상황에 따라 움직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에선 홍해 연안 항구도시인 포트수단으로 차량으로 이동해 배편으로 철수하는 방법과 가까운 공항으로 가 군 수송기를 타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포트수단은 하르툼에서 동북쪽으로 800㎞ 넘게 떨어져 있어 육로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오만 살랄라 항에서 출발한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 청해부대는 23일 오후 3시 현재 수단 인근 해역을 향해 이동 중이다.
정부가 급파한 공군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도 지난 22일 오후 5시 30분쯤 수단 인근 지부티의 미군기지에 도착해 대기 중이다. 함께 도착한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와 공군 공정통제사(CCT) 등 50여 명은 교민들을 수송기에 탑승시켜 국내로 이송할 계획이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수단 곳곳이 전쟁터로 변해 육로를 통해 외곽으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외교부도 신속대응팀을 별도의 항공편으로 지부티에 파견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재외국민 안전에 최선을 다하라”며 관련 부처에 군 수송기 급파를 포함한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3일 미국은 100명의 특수부대원과 MH47 치누크 헬기를 동원해 70여명의 대사관 직원과 제3국 외교관 등 100명을 인근 에티오피아로 대피시켰다. 미국은 자국 대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프랑스 외교부도 이날 ‘신속 대피작전’을 통해 자국민 대피를 시작했으며 유럽과 동맹국 국민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엔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민 91명과 쿠웨이트 등 12개국 외국인 66명 등 총 157명을 포트수단으로 이동시킨 후 배편으로 사우디 제다로 철수시켰다.
이번 충돌은 수단 정부군의 ‘1인자’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을 이끄는 ‘2인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부딪치며 일어났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21~23일) 기간 휴전을 촉구해 합의를 이끌었지만 교전은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충돌로 양측에서 420여명이 사망하고 3700여명이 다쳤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서유진·박현주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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