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대 “전세 피해자 주거권 보장” 이번주 특별법 발의
정부·여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매에 넘어간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한 뒤 세입자에게 싸게 임대하는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법’을 이번 주 발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당·정·대)은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책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24일 방미를 앞둔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실효성 있는 법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특별법을 통해 피해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며 “한시법으로 지난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로 야기된 재난 수준의 전세사기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라고 설명했다. 특별법은 우선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매수 시 세금 감면 및 장기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 주택을 매수할 여력이 없는 임차인을 위해 ▶LH 등 공공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계속 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매에서 선순위 채권이 아닌 이상 보증금 일부 또는 전부를 떼일 수밖에 없지만 주거 보장에 방점을 뒀다.
당정은 전세사기 등 대규모 재산범죄를 가중 처벌하도록 특정경제범죄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전세사기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피해 세입자가 최고가 낙찰 금액으로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피해자가 살 경우 취득세 등을 감면하고 장기저리대출까지 지원해 준다. 피해자가 매입을 원치 않으면 LH가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피해 주택을 사들여 해당 주택에 최대 20년까지 시세의 40~50%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해 줄 방침이다.
LH는 아파트를 직접 지어 국민에게 임대하는 방식과 함께 기존 빌라·오피스텔 등을 매입한 뒤 임대하는 ‘매입임대’ 제도를 운용하는데, 이를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확대·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미 올해 의무매입 3만5000호를 위한 예산 7조5000억이 확보돼 있어 추가 재원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며 “(낮은 임대료와 저금리 대출 등을 감안하면) 가구당 지원액은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입 범위 등은 조속히 국토부 내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LH에 경매 주택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기 위해선 현재 공유지분자에게만 부여하는 민사집행법 개정도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 등이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27일까지 입법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야당은 정부가 피해 주택 채권을 모두 매입해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뒤 정부가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공공매입’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더욱이 민주당은 이날 간호법 제정안과 일명 ‘50억 클럽, 김건희 여사 쌍특검’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야당안에 대해 “피해액을 국가가 대납하고 손해를 떠안아 달라는 취지”라며 “지금까지 범죄액을 전액 보상하는 접근법은 없었다. 법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의장도 “야당안은 피해 전세보증금을 혈세로 직접 지원하는 국가대납법”이라며 “특별법 통과를 위해 야당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안을 기본적으로 추진하되 정의당 안, 국민의힘이 얘기하는 우선매수권, 원 장관의 LH를 이용한 대책까지 다 포괄해 종합적으로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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