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굴욕적인 참패'…뉴캐슬 원정서 1-6 대패
역대 두 번째로 빠른 0-5 굴욕
깜짝 전술 변화가 오히려 악수
'침묵' SON, 3경기 연속골 무산
토트넘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굴욕적인 참패를 당했다. 전반 21분 만에 무려 5실점을 허용하는 등 와르르 무너졌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토트넘은 23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22~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뉴캐슬에 1-6 대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앞선 본머스전 패배에 이어 리그 2연패의 늪에 빠졌다. 승점은 53(16승 5무 11패)으로 3위로 올라선 뉴캐슬,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승점 59)에 6점 차로 벌어졌다. 토트넘은 뉴캐슬보다 1경기, 맨유보다 2경기 더 치른 상황이라 4위권 진입을 통한 UCL 진출 경쟁에 적신호가 켜졌다.
단순한 패배를 넘어선 역사에 남을 굴욕적인 참패였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9분 만에 무려 3골을 실점했는데, 이는 EPL 역사상 6번째이자 2010년 맨체스터 시티의 번리전 이후 무려 13년 만의 기록이었다. 또 21분 만에 0-5로 격차가 벌어진 건 2019년 맨시티의 왓포드전 18분에 이어 EPL 역대 2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시종일관 무기력했던 토트넘의 경기력 속 손흥민도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전반에 빗맞은 슈팅 1개에 그친 손흥민은 후반 호시탐탐 슈팅을 노렸지만 번번이 수비벽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38분 히샬리송과 교체돼 경기를 마치면서 최근 2경기 연속골의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슈팅은 3개(유효슈팅 0개), 키패스는 2개였다.
험난한 3연전의 첫 경기부터 참패를 당한 토트넘은 남은 일정에도 부담이 커지게 됐다. 토트넘은 오는 28일 맨유와, 다음 달 1일엔 리버풀(원정)과 차례로 격돌한다. 최근 경기력을 돌아보면 UCL 경쟁이 아니라 6위권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감독대행은 이날 시즌 내내 유지했던 스리백 기반 전술이 아닌 포백으로 깜짝 변화를 줬다. 해리 케인을 중심으로 손흥민과 데얀 쿨루셉스키가 양 측면에 포진했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올리버 스킵, 파페 마타르 사르가 중원에 포진했다. 이반 페리시치와 에릭 다이어,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는 수비라인을, 위고 요리스가 골문을 각각 지켰다.
스텔리니 감독대행이 꺼내든 전술 변화는 그야말로 ‘악수’가 됐다. 갑작스러운 전술 변화에 토트넘 수비는 경기 초반부터 극심하게 흔들렸다. 전반 2분 만에 선제골을 실점했다. 조엘링톤의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슈팅을 요리스가 쳐냈지만, 제이콥 머피가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이어 전반 6분과 9분 잇따라 연속 실점을 허용했다. 파비안 셰어의 롱패스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던 조엘링톤에게 연결됐고, 조엘링톤이 요리스 골키퍼까지 제친 뒤 빈 골문을 향해 차 넣었다. 3분 뒤 손흥민을 향한 다이어의 무리한 전진패스가 상대 역습으로 연결됐고, 머피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토트넘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전반 9분 만에 0-3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에 몰린 토트넘은 케인의 슈팅으로 분위기를 돌려보려 애썼다. 그러나 이미 분위기는 크게 넘어간 뒤였다. 전반 19분엔 4번째 실점까지 허용했다. 역습 상황에서 수비 뒷공간을 향한 패스가 알렉산데르 이사크에게 연결됐고, 이사크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토트넘 수비진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불과 2분 만에 또다시 추가골을 실점했다. 측면에서 간결하게 전개된 상대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션 롱스태프의 컷백을 이사크가 또다시 마무리했다. 전반 21분 만에 스코어는 0-5. 벌써부터 자리를 뜨는 토트넘 원정 팬들의 모습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스텔리니 감독대행은 전반 23분 사르를 빼고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를 투입하는 것으로 전술의 패착을 인정했다. 4-3-3 대신 3-4-3 전형으로 돌아온 뒤에야 극심하게 흔들리던 토트넘 수비도 그나마 조금씩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격을 위한 불씨는 좀처럼 지피지 못했다. 쿨루셉스키의 슈팅도, 손흥민의 빗맞은 슈팅도 번번이 골대를 외면했다.
스텔리니 대행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골키퍼 요리스를 빼고 프레이저 포스터를 투입했다. 부상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한 경기 중 골키퍼 교체는 이례적이었다. 이날 경기가 그만큼 비정상적이었다는 의미였다.
궁지에 몰린 토트넘은 후반 4분 만회골을 넣으며 가까스로 영패는 면했다. 호이비에르의 패스를 받은 케인이 왼쪽 측면을 파고들었고, 이후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왼발로 마무리했다.
이후에도 토트넘은 주도권을 쥐고 격차를 좁히려 애썼다. 다만 경기력에서 상대를 앞서 주도권을 쥐었다기보다는,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뉴캐슬이 무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한 결과에 가까웠다. 경기를 주도하고도 토트넘이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손흥민도 골망을 흔들기 위해 호시탐탐 슈팅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슈팅은 번번이 두터운 뉴캐슬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오히려 토트넘은 후반 23분 6번째 골까지 실점했다. 미겔 알미론의 슈팅이 로메로 맞고 굴절됐고, 이를 칼럼 윌슨이 문전에서 마무리했다.
다시 5골 차로 벌어지자 경기는 되려 루즈해졌다. 토트넘은 전의를 잃은 듯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33분 역습 상황에서 7번째 실점까지 허용할 뻔했는데, 골라인 바로 앞에서 페리시치가 걷어내 가까스로 또 다른 굴욕까지는 면했다.
손흥민은 후반 38분 히샬리송과 교체돼 경기를 먼저 마쳤다. 남은 시간 뉴캐슬의 7번째 득점도, 토트넘의 만회골도 나오지 않았다. 경기는 토트넘의 1-6, 굴욕적인 참패로 막을 내렸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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