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대피 ‘특명’… 미국 등 ‘수단 철수 작전’ 한창
韓, 모든 경로 염두에 두고 작전 준비 중
‘신속’이 최우선… 항공편, 바닷길, 육로까지
무력 충돌 사태가 발생한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자국민을 이송하기 위한 철수 작전이 한창이다. 항공뿐만 아니라 육로로 빠져나오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지만 휴전 합의를 무시한 군벌들의 교전을 계속되고 있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철수 작전이 모범 사례로 지목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23일(현지시간) 수단에 체류 중인 70여명의 대사관 직원과 일부 제3국 외교관 등 100명 미만의 민간인을 안전하게 철수시는 데 성공했다. 미군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관 철수 명령을 받고 이번 작전에 약 100명의 특수부대원을 투입했다. 침투 작전에 사용되는 MH47 치누크 헬기도 동원했다. 1288㎞ 떨어진 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미국 대사관으로 급파된 미군은 직원들을 에티오피아로 대피시켰다.
작전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헬기가 하르툼에 머무른 시간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미군 MH-47 헬기는 치열한 전투가 한창인 하르툼 시내 미국대사관에 착륙해 대사관 직원 등을 태우고 곧장 빠져나왔다. 대피가 이뤄지는 동안 수단 군벌의 총격은 없었으며 사상자도 없었다고 AP는 전했다.
헬기가 곧장 대사관으로 향한 이유는 9일째 이어지는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의 교전으로 직원들이 대사관에서 공항까지 이동하기가 매우 위험할 것이란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하르툼 공항이 주요 교전 지역이어서 수송기 등의 이착륙이 불가능한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원들은 총 한 발 쏘지 않은 채 작전을 성공적으로 종료했다. 한 미국 관리는 “헬기 중 한대가 귀환 시 연료보충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작전은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작전 담당인 더글러스 심스 중장은 “우리는 (하르툼) 진입 과정에서 소규모 총격전도 치르지 않았고 아무런 이슈 없이 철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철수 작전 개시 직전부터 작전이 마무리될 때까지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 등은 수단의 양대 군벌과 지속 접촉하면서 작전팀의 안전 경로 확보에 힘썼다. 다만 미국의 이번 철수 작전에서는 대사관 직원들의 구출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 외의 자국민에 대한 철수 작전 계획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프랑스도 이날 ‘신속 대피 작전’을 개시했다. 수단 주재 외교관을 비롯한 자국민들의 대피를 시작한 뒤 유럽과 동맹국 국민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클레르 르장드르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은 “유럽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를 비롯해 모든 관련 당사자와 이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앞서 자국민 철수에 성공한 사우디아라비아는 바닷길을 이용했다. 사우디는 전날 자국민 91명,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인도, 불가리아, 방글라데시, 필리핀, 캐나다, 부르키나파소 등 12개국 국민 66명을 자국으로 안전하게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영 알에크바리야 방송에 따르면 전날 수단을 빠져나간 총 157명은 차량으로 수도 하르툼에서 홍해 항구도시 포트 수단으로 이동한 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가는 배를 탔다. 육로 이동에 따른 위험 가능성을 감수한 것이다. 공항 폐쇄로 항공기 이용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했다.
요르단도 수단에서 자국민 300명의 철수를 시작했다고 전날 밝혔다. 요르단도 사우디의 대피 루트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수단에 자국민 1만여명이 체류 중인 이집트는 하르툼 외곽에 있는 자국민들에게는 자국과의 국경지대 와디할파에 있는 영사관과 포트수단의 영사관으로 이동하라고 알렸다.
튀르키예도 육상 작전으로 자국민과 다른 국민을 대피시킬 계획을 세웠다. 미 국무부는 미국인과 다른 나라 국민이 하르툼에서 포트수단까지 육로로 성공적으로 이동했으나 쉽지 않은 경로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수단에 체류 중인 국민 28명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야 하는 임무를 떠안았다. 우리 정부는 공군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와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와 공군 공정통제사(CCT) 등 50여명의 지원 병력을 파견했다. 공항, 항구, 철도 등 가능한 모든 경로를 염두에 두고 철수 작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본 등도 자국민 철수를 위해 군용기를 지부티 등 인근 국가에 대기시키고 있다.
수단 정부군과 RSF는 각국의 철수 작전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이끄는 RSF는 사흘간의 이드 휴전을 지키고 있으며, 모든 외교사절과 협력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은 각국 지도자들의 요청을 받고 주요 국가들의 국민 철수를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21일 사흘간의 ‘이드 휴전’이 시작됐지만 양측의 무력 충돌이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 로이터통신은 외국인들의 대피 과정에서 일부가 공격을 받은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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