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주년 앞두고… 기도하며 DMZ를 걷다
한반도 회복 기대… 민통선에선 북녘 땅 보며 기도
참가자·스태프 등 500여명… 통일되는 날까지 행진
교회와 초등학교 간판인데 이름 앞에 익숙지 않은 설명이 붙어 있다. 최북단 ‘명파초등학교’, 금강산 가는 길 ‘명파교회’다. 옛 주소지는 강원 고성군 원내면 명파리인데, 도로명 주소지는 금강산길이다.
낯선 이곳은 강원도 고성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이다. 지난 21일 이 길을 파란 점퍼에 붉은 모자를 쓴 3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었다. 그리고 오후 2시 이들은 북녘 땅이 보이는 고성통일전망대에 도착했다. 긴 여정의 마무리를 축복하듯 전망대 광장 입구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렸다.
행렬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하나님이 역사 속에서 행하신 70년 주기의 회복을 기대하며 엔씨앰엔(NCMN·Nations-Changer Movement&Network·대표 김미진)이 마련한 ‘2023 통일을 여는 DMZ155마일 기도행진’이다.
NCMN은 ‘함께 연합해 네트워크를 이뤄 세상에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취지로 이웃섬김 활동 등을 펼치는 선교단체로 2012년 홍성건 목사가 설립했다.
NCMN관계자는 “성경에서 70년은 역사의 대변혁 주기로 본다. 이스라엘 민족이 바벨론 포로로 잡혀 간 뒤 돌아온 기간이 70년”이라며 “행진에 참여한 이들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회복을 기대하며 걸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2회째인 기도행진은 지난 10일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시작해 이날 고성통일전망대까지 11일간 이어졌다.
일정 중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구간도 거쳤다. 1구간 강화평화전망대, 5구간 철원평화전망대와 11구간 고성통일전망대다.
NCMN의 지역별 10개 지부와 다음세대 기업팀 등은 릴레이처럼 하루씩 책임지며 걸었다. DMZ 약 250㎞(155마일)를 매일 약 15~20㎞씩 걸었다. 마지막 날인 이날만 8㎞를 걸었다. 50여명의 스태프는 일정 내내 참가자들과 함께 걸었다. 걷기에 참여한 인원은 스태프까지 포함해 총 500여명이다.
기도행진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일정 내내 모두가 함께 기도하며 찬양했다.
오전 8시 30분 출발하기 전, 점심 식사 시간, 그리고 하루 일정을 마친 저녁 등 하루에 세 번씩 예배했다. 걷기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기도로 힘을 보탰다. 중보기도자 300명은 매일 오전 10시와 11시, 오후 2시와 3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통일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걷는 중에도 기도와 찬양은 멈추지 않았다. 이날도 누군가가 ‘문들아 머리들어라’라는 찬양을 하자 어느새 합창이 됐다.
통일을 위해 기도하자는 마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강화 철원 고성 등 총 세 곳의 민통선에선 북한 땅을 바라보며 기도했다.
다음세대 90여명과 함께 철원을 걸은 조유나(12) 양은 “걸을 때 힘들기는 했는데 북녘땅을 바라보게 되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꼈다. 복음 통일의 발걸음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고성에서 북한 땅을 바라본 강원도 삼척시 관동명성교회 박민자(59) 사모는 8㎞를 걸은 뒤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는 “NCMN의 기도행진 소식을 듣고 중보하면서 기도하기 위해 참석했다. 새벽 6시에 집에서 출발했다”며 “올해는 혼자 왔지만, 내년엔 목사님과 성도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전했다.
차량이 달리는 도로 위에서 장거리를 걸어야 하는 기도행진 만큼 준비도 철저히 했다.
NCMN은 지난해 첫 기도행진을 진행한 데다 반경 5㎞ 안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서울광장에서 진행한 ‘My 5K 걷기운동’을 2019년과 2022년 진행하면서 노하우가 쌓였다.
기도행진 참가자들은 걷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하루 60~80분씩 걷기 훈련을 했고 행진에 무리가 없다는 걸 NCMN에 인증했다. 경광봉을 든 스태프들은 전방 50m와 후방 50m에서 차량 상황을 무전으로 실시간 알렸다. 행렬 중간 중간에 배치된 스태프들은 참가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힘든 기색이라도 보이면 바로 후송 차량에 탑승시켰다.
NCMN 관계자는 “기도행진은 통일이 될 때까지 매년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298명 참여했고 올해는 40% 정도 늘었다. 참가자 수를 더 늘려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고성=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학공부, ‘랜선 학교’에 접속하세요 - 더미션
- 통일선교 각개전투 접고 하나로 뭉쳤다… ‘한통협’ 시동 - 더미션
- 어, 100원!… 한동대 학식 특별한 이유 따로 있다는데 - 더미션
- “기독 언론, 겸손하게 진실에 다가가야… 더 엄한 검증 잣대를”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
- “엄마, 설은 혼자 쇠세요”… 해외여행 100만명 우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