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름만 무려 25글자?...“길고 어려운 아파트명 쉽게 바꾸자”
리버뷰·파크뷰·센트럴·포레 ‘팻네임’ 두고
“이름이 주택 가치 결정” vs “외래어 남발”
‘부르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아파트 이름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생소한 외래어나 외국어로 지어졌거나, 지나치게 길거나 비슷한 아파트 이름을 개선해보자는 취지다.
서울시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 건설사, 공인중개사 등 업계 종사자가 모인 가운데 ‘공동주택(아파트) 명칭 관련 2차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말 건축, 국문학, 지명·역사 지리 등 분야별 전문가와 시민과 함께 아파트 브랜드 인식 개선 방향과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우선 이날 토론회에서는 아파트 작명에 사용하는 ‘펫네임’ 탓에 단지명이 불필요하게 길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례로 최근 지어진 새 아파트 단지명은 통상 ▲지역이나 랜드마크 이름 ▲브랜드 이름 ▲펫네임(pet name·애칭) 순으로 단어를 연결해 지어진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개포래미안포레스트’는 개포동(지역)에서 삼성물산이 시공해 ‘래미안’ 브랜드와 ‘포레스트(숲)’라는 펫네임을 달아준 경우다.
또 전국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전남 나주시에 지어진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1차(2차)’다. 아파트 이름만 25자로 이뤄졌다. 수도권에선 경기도 파주시 ‘가람마을10단지동양엔파트월드메르디앙’과 경기도 화성시 ‘동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 이름이 가장 길다. 각각 19자다.
이에 토론회에서는 “어느 순간 펫네임이 애초 의도와 다르게 변질하면서 각종 외래어가 나오고 있다” “자율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생소한 외래어와 외국어, 지나치게 긴 이름은 우리말을 해치고 생활에 불편을 준다” “지역명과 브랜드명만 사용해도 이름 길이는 줄어든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아예 아파트 이름에서 건설사 브랜드가 들어갈 필요없다는 의견도 ‘뜨거운 감자’였다. 애초에 같은 브랜드를 단 아파트가 워낙 많아 택배 등 행정적인 문제가 잇따르고 차별화가 안 된다는 지적에 펫네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브랜드만 빼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서초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다. 한 단지를 여러 건설사가 공동 시공하면서 브랜드를 두개나 포함한 영향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브랜드에 따라 아파트 가치가 결정된다는 이유에서다. 독특한 이름 덕에 시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름이 길어도 상관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찬반 의견과 관계없이 모든 토론자가 서울시 등 지자체가 아파트 이름을 규제하는 것에 반대했다. 단지 명칭이 오남용되는 건 많지만 그렇다고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실제 동네 이름이 아니라 옆 동네 이름을 따다 쓸 때는 지자체가 규제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아파트 이름의 자율, 다양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생소한 외래어·외국어, 지나치게 긴 명칭이 우리말을 해치고 생활에 불편을 주지는 않는지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토론회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며 “공동주택 명칭에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우리 고유 지명, 한글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공감대와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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