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만든다지만... 재정투입 없고, 절차 그대로

박소희 2023. 4. 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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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피해자 우선매수권 - LH 매입시 임대 등 대책 발표...야권과 이견 또 '전 정부 탓'

[박소희 기자]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정 전세사기대책 협의 결과 브리핑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 정책위의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2023.4.23
ⓒ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갈수록 번져가는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23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을 위한 특별법' 추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미 나온 대책에서 크게 달라진 내용도 없고, 피해자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에도 다소 부족한 내용인데다 야당과의 협조 또한 불투명한 상황이라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당정협의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박 의장은 "이 법은 한시법으로 지난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로 야기된 재난 수준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부 내용을 소개했다.

"당정은 이 특별법을 통해 피해임차인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임차주택을 낙찰 받기를 원하시는 분들께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임차주택을 낙찰 받을 때 관련 세금을 감면하고, 낙찰 받을 여력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서는 장기, 저리의 융자도 지원하겠다. 

임대로 계속 살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LH 등 공공에서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여 해당 주택을 매입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겠다. 이를 통해 피해자분들께서 퇴거 걱정 없이 장기간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 

특별법 제정과 함께 전세사기를 뿌리뽑기 위한 노력도 박차를 가하겠다. 임대인뿐만 아니라 배후세력까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전세사기를 비롯한 다수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재산범죄를 가중처벌하기 위한 특정경제범죄법 개정도 추진하겠다."

"떼인 돈을 국민 세금으로? 그런 제도는 없다"

박 의장은 "야당이 주장하는 공공매입은 국가가 피해보증금을 혈세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이는 막대한 국민세금이 투입되고 결국 그 부담이 모든 국민에게 전가되는 포퓰리즘이고 무책임한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당정이 추진하는 방식은 '피해임차인 주거 보장'이라고 강조하며 "세부시행방안은 국토부 내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겠다. 다음주에 한시특별법을 발의하고 관계부처에서 별도로 설명드릴 기회를 가질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원희룡 장관은 기자회견 후 LH에서 매입할 주택의 기준을 묻는 취재진에게 "피해 건물이 85㎡, 3억 원 이하에 주로 몰렸다"며 "이런 부분을 기준 삼아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답했다. 또 "피해자들은 물론 보증금도 돌려받고 안정되게 계약기간 동안 살 수 있기를 바라지만, 사기 당해서 떼인 돈을 국민 세금으로 직접 대납해서 반환해주는 것을 과연 국민들이 동의하겠느냐란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 그런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있지 않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정부의 추가 재정 투입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LH는 이미 올해 사업으로 일반주택을 경매보다 더 비싼 값에 사서 전체 7조 5000억 원의 매입임대사업을 하게끔 돼있다. 대신 어느 집을 살지가 안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경매주택도 살 수 있도록 법을 고쳐서 경매로 그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며 "추가예산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재원으로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혈세로 대납해주자는 야당 안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르다"고 했다. 

피해자들의 핵심요구사항인 우선매수청구권이 반영되긴 했다. 다만 한동훈 장관은 "완전히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라며 "구주택임대차법에서 한시적으로 임대인이 부도난 경우 임차인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그 법제를 그대로 가져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가를 적어낸 낙찰자가 있지 않겠나"라며 "그때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사람은 '그 가격에 내가 사겠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와 시민대책위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면담 요청 기자회견에서 안상미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는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일방적인 대책을 내놓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2명이 추가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은만큼 이번만큼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상황과 요구사항을 청취해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 권우성
 
피해자들은 '경매꾼' 우려, 법안 처리도 '난망'

그러나 피해자들은 우선매수청구권 역시 기존 방식대로라면 한계가 있다며 답답함을 이미 토로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지난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가격이 중요하다"며 "저희가 경매꾼들을 이길 수 없는 이유는, 보증금이 걸려있기 때문에 입찰 현장에 가서 쓸 수 있는 금액이 한계가 있다. 더 이상 쓰면 또 더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23일 당정은 이들에게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답변만 내놨다. 

이대로라면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예정대로 법안이 통과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정부안대로든, 어떤 식으로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처리되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박대출 의장은 "야당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하고, 저희들도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서 풀어나가겠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취하긴 했다. 하지만 이날 당정은 전세사기 문제를 두고 또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 '민주당의 포퓰리즘'이란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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