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전세사기 지원 특별법 추진…LH가 피해주택 ‘매입임대’ 한다
정부·여당이 인천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 대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 주택을 매입한 뒤 피해자들에게 임대하는 ‘매입임대’ 제도를 확대 적용키로 했다. 당·정은 이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정부·대통령실(당·정·대)은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을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한시법으로 지난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로 야기된 재난 수준의 전세사기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라고 설명했다. 특별법에는 ▶피해 임차인에 우선매수권 부여 ▶우선매수권 행사 시 세금 감면 및 장기 저금리 대출 지원 ▶LH 매입임대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또 전세 사기 등 대규모 재산범죄 가중 처벌을 위해 특정경제범죄법 개정도 추진한다.
전세사기 피해에 우선매수권이 도입되면 전세사기를 당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피해자가 최고가 입찰자가 써낸 금액으로 우선 매입할 권리를 갖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피해자에게 취득세 등을 감면해주고 장기저리대출까지 지원해준다. 피해자가 매입을 원치 않을 경우엔 정부가 LH의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매입한 뒤, 피해자가 해당 주택에 최대 20년까지 시세의 40~50% 임대료를 내고 거주할 수 있도록 해줄 방침이다. LH는 아파트를 직접 지은 뒤 국민에 임대하는 방식과 함께 기존 빌라·오피스텔 등을 매입한 뒤 임대하는 ‘매입임대’ 제도를 운영해 왔는데, 이를 이번 사건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미 올해 의무매입 3만5000호를 위한 예산 7조5000억이 확보돼 있어 추가 재원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며 “(낮은 임대료와 저금리 대출 등을 감안하면) 가구당 지원액은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은 이번주 특별법을 발의하고, 국토부는 조속히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매입 범위 등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현재 우선매수권은 공유지분자에게만 부여돼 있어 이를 위해선 LH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민사집행법 개정 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의 특별법이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27일에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현재 정부가 채권을 직접 매입해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뒤,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하는 ‘공공매입’을 주장하고 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더욱이 민주당은 이날 간호법 제정안과 일명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쌍특검’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야당안에 대해 “피해액을 국가가 대납하고 손해는 국가가 떠안아달라는 취지”라며 “지금까지 범죄액에 대한 전액 보상 접근법은 없었다. 법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의장도 “야당안은 보증금 국가대납제로, 피해보증금을 국민혈세로 지원하는 무책임한 포퓰리즘 방식”이라며 “특별법 통과를 위해 야당을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협의회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까지 참석했다. 김 대표는 전세사기 피해구제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19일)시킨데 이어 직접 당·정·대회의에 참석하며 당 지도부의 해결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 측에선 주무부처인 원희룡 장관과 한동훈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대통령실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24~29일)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대거 참석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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