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 매섭고 길다…삼성전자 '1조원대 적자' 전망도
반도체 업황의 ‘겨울’이 예상보다 더 길고, 매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등 주요 산업의 수요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이 겹치면서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2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15년 만에 ‘분기 적자’ 가능성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와 세계 유일하게 극자외선 반도체장비를 생산해 시장에서 ‘슈퍼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 등 글로벌 ‘반도체 공룡’의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시장 회복 예상 시점을 늦춘 상태다. 올해 매출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실적 발표 때 “2분기에도 주문 감소가 이어질 것”며 “경제 여건이 나빠지고 시장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재고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도 “고전적(classical) 반도체 침체기가 훨씬 더 큰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하이투자증권(-1조2860억원)과 SK증권(-6000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4000억원), 삼성증권(-2790억원) 등이 삼성전자가 2분기에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마트폰(MX사업부)이나 디스플레이 등이 받쳐주지 못해 연결 기준으로 영업적자를 낸다면, 이는 2008년 4분기(-9400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3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갤럭시S23이 판매 신기록을 세우는 등 MX사업부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6000억원 규모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는 얘기가 다르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가 약해지면 ‘반도체 부진’을 상쇄할 요소가 사라진다.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3조40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7일 발간한 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 관련 지표가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4차례에 걸쳐 2.1→2.0→1.7→1.5%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에 대해 “세계적으로 반도체 업황이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PC·스마트폰 ‘슬럼프’…언제 회복할까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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