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혈 걱정 없이 마음껏 뛴다…나이키 50년간 여성 응원한 이유 [비크닉]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여자들은 마라톤에 뛸 수 없었습니다. 달리기를 오래 하면 임신·출산 능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래서 1966년 보스턴마라톤에서 한 여성 선수는 출발선 근처 숲에서 숨어있다가 뛰었고요. 다음해 다른 여성 선수는 뛰다가 감독관에게 제지를 당해 몸싸움을 해야만 했습니다. 편견과 싸워야 했던 여성 선수들을 오랫동안 지지하고 응원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 브랜드, 최근에는 여자 축구선수를 위한 유니폼을 만들어 공개해 만나고 왔습니다. 브랜드 소개팅 오늘은 여성 스포츠를 지지해온 나이키의 노력에 대해서 다뤄볼게요.
여성만을 위한 최초의 유니폼
이번 유니폼이 특별한 건 애초부터 여성만을 위해 기획됐다는 것이에요. 그동안은 남성 유니폼에서 사이즈만 다르게 출시했다면 이번엔 처음부터 여자 선수들을 타깃으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점이죠. 이를 위해 그동안 나이키가 공들였던 여성 몸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반영됐다고 합니다. 나이키는 수년 전부터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체형의 여성 6만8000여명의 신체를 분석했다고 해요. 운동할 때 뭐가 불편한지, 어떤 걸 해결해주면 더 마음껏 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요.
선수들의 평가는 좋았습니다. 여자 축구 국가 대표 팀 주장 김혜리 선수는 “운동선수 관련 제품은 대체로 남녀 공용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제품을 만드는 것 같아 무척 반갑다”며 “봉제선이나 허리 밴드, 땀 자국 등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수들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해, 좋은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여성 스포츠의 든든한 조력가
나이키의 그동안 행보를 보면 여성 선수 유니폼 제작은 여전히 운동장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여성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여성들이 마음껏 뛸 수 있게 그 장벽을 낮춰주는 것. 나이키가 오래전부터 꾸준히 해왔던 일이거든요. 과거에는 올림픽에서 여성들이 왜 1500m 이상 달릴 수 없느냐고 위원회에 공개적으로 항의했고요. 여성 선수들이 여성 마라톤 종목이 빠진 건 성차별이라고 올림픽 조직위원회를 고발하는 것도 도왔어요. 나이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여자 마라톤은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추가됐고 나이키가 후원한 선수가 우승했어요. 이후에도 나이키는 전 세계에서 135개 이상의 여성 단체와 협력해 차세대 선수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지역사회 스포츠 단체에 지원금과 역량 강화 훈련을 제공하고 있죠.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 여성이 운동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나이키 옷 입고 운동하자’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아주 세련된 방식으로요. 예를 들면 여성들이 운동하기 어려운 환경 그러니까 사회적 편견을 건드는 건데요. 운동은 남성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에게 얼마나 좋은 에너지를 주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모두의 운동장’ 캠페인이 대표적입니다. 운동은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돼야 한다고 하잖아요. 근데 저만해도 학창시절 체육수업은 쉬는 시간이었거든요. 운동이란 게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얼마나 유익한지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후회하지 않도록, 나이키는 학생들에게 스포츠의 즐거움을 깨닫게 했어요. 이 밖에도 사회적 편견에 흔들리 않고 주체적으로 사는 여성들을 조명하는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캠페인도 있었죠.
여성에 집중하는 이유
축구 선수들뿐만 아니라 여성 스포츠 조력자인 나이키. 근데 궁금하지 않으세요? 나이키의 이러한 노력,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단순히 여성 고객 확보를 위한 걸까요? 기업의 활동이라는 게 이윤 창출의 의미 당연히 갖고 있지만, 만약 돈만 생각했다고 하면 프로모션을 늘리는 등 더 직접적인 방법이 있을 겁니다. 게다가 여성 스포츠 장려라는 건 사회 경제 문화와 다 얽힌 문제라, 어찌 보면 굉장히 어려운 숙제거든요. 이러한 어려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 이건 세상에 나이키의 정신을 드러내는 좋은 수단이 되겠죠.
나이키가 창업 당시부터 강조했던 게 있어요. 바로 ‘신체를 가진 자는 모든 운동선수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운동선수를 응원한다. 그게 여성이든, 흑인이든, 어린이든 상관없다.’ 더 중요한 게 있죠. 그들을 방해하는 장벽을 허물겠다는 것도요. 그러니까 여성 스포츠 장려는 모든 이들의 운동을 응원하는 나이키의 창업 정신인 거죠. 명확한 철학을 갖고서 이를 50년 넘게 꾸준히 진심으로 알리는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다는 걸, 그리고 지갑도 열 수 있다는 걸 나이키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마무리
나이키는 미디어 행사에서도 그들의 철학을 직접 경험하게 했어요. 기자들은 행사장에 들어가자마자 라커룸에서 스포츠 티셔츠와 레깅스, 그리고 운동화를 받았는데요. 이걸 입어야만 CEO 인터뷰 등 이날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옷이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실감한 게 불편한 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신으니까 뛰고 싶어지더라고요.
그 순간 킴벌리 창 멘데스 나이키 코리아 사장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나이키는 경기장, 코트 위에서 활약하는 엘리트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과 모든 움직임을 향합니다. 여성들이 어떤 생애 주기에 있더라도 스포츠를 포기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스포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혁신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운동하고 싶은 옷, 신발 등을 만드는 것 자체가 스포츠 장려에 일조하는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영리한 브랜드죠?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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