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하지만 종속은 안 된다” 삼성과 구글의 ‘프레너미’

김준엽 2023. 4. 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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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언팩 2023에서 삼성전자, 구글, 퀄컴이 XR 협력을 발표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구글은 정보기술(IT) 업계의 대표적인 ‘프레너미(Frenemy·친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친구인지 적인지 모호한 상대)’로 불린다. 성공을 위해 서로 필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인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밀월 관계’는 스마트폰 초창기부터 이뤄졌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뒤흔들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보유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2010년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 S를 내놓았다. 스마트폰 제조능력이 없던 구글은 삼성전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스마트폰 1위 업체로 등극했고,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을 장악하는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두 회사는 2014년에 보유한 특허를 10년간 공유하는 크로스라이선스를 체결하면서 협력의 ‘두께’를 단단하게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정체를 겪으면서 가는 길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두 회사는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한쪽에 일방적으로 종속당하면 안 된다고 여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쟁자 관계’도 두드러진다.

미국 IT 매체 더 버지는 구글 ‘픽셀 폴드’로 추정되는 폴더블폰의 영상을 2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영상 속 제품은 화면 비율이 다르지만, 접었다 펴는 방식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4와 유사하다. 구글은 다음 달에 열릴 ‘개발자대회 2023’에서 픽셀 폴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펼쳤을 때 화면 크기가 7.6형이며 구글에서 설계한 텐서 G2 칩 장착, 무게 283g 등의 사양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한 번 충전에 24시간 사용할 수 있어 배터리에서 삼성전자 폴더블폰보다 우위에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글이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드는 건 삼성전자로서는 달갑지 않다. 폴더블폰을 내놓는 업체가 많아질수록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장점은 있다. 다만 구글은 다른 경쟁자와 결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 출시 초기부터 삼성전자와 구글은 협력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쌓은 폴더블폰 관련 노하우가 구글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구글은 지난해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2021년 스마트워치 분야 협력을 발표하며 ‘웨어OS’ 채택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 워치에 쓰던 타이젠을 버리고 갤럭시 워치4부터 웨어OS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1년 만에 구글이 스마트워치 시장에 직접 진입한 것이다. 구글은 2016년에 자체 스마트폰 픽셀을 출시한 전력도 있다.

구글이 꾸준히 제조사 영역을 넘보는 건 ‘애플 생태계’를 롤 모델로 삼고 있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걸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인공지능(AI), 메타버스 같은 미래 산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제조사에 맡기면 하드웨어 통제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판매량이 저조하더라도 기기 제작에 뛰어든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생태계’ 확대를 위해 꾸준히 뛰고 있다. OS를 구글에 의존하면 스마트폰 판매 말고는 생태계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2015년 자체 OS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 삼성 Z1을 인도 시장에 출시했었다.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 OS를 안드로이드와 iOS가 양분한 상황에서 타이젠의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타이젠은 현재 스마트TV용 OS로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스마트폰과 PC의 연동성 강화를 위해서 PC OS 시장을 장악한 MS와의 협력이 필요했다. 삼성전자는 노트북 라인업인 갤럭시 북과 갤럭시 스마트폰을 연동하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삼성클라우드 서비스도 MS 원드라이브에 연동하도록 변경했다. 윈도폰이 시장에서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모바일 분야에서 힘을 못 쓰는 MS는 스마트폰 1위 삼성전자와 손을 잡으면 얻는 게 많아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MS ‘빙’으로 변경하는 걸 검토 중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의 협업 강화는 챗GPT를 업고 AI 시대를 앞서가려는 MS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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