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오픈 우승 조우영의 태극마크 꿈 이뤄준 은인
아마추어인 조우영(22)이 23일 제주 골프존 카운티 오라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골프존 오픈 인 제주에서 우승했다.
KPGA 투어에서 아마추어의 우승은 1982년 김주헌 이후 10번째이자 2013년 이창우 이후 10년 만이다. 조우영은 최종라운드 5언더파 67타 합계 8언더파로 김동민을 4타 차로 제쳤다.
공동 선두에 한 타 차 2위로 경기를 시작한 조우영은 10번 홀까지 이글 1개, 버디 1개를 잡아 4타 차 선두로 나서 큰 어려움 없이 우승했다. 조우영은 KPGA 투어 출전권도 얻는다.
조우영은 아마추어라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상관없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에겐 따뜻한 후원자가 있어서다.
조우영은 중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을 했다. 현재 4년째 국가대표를 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투어 한 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친 적도 있다. 아마추어라는 작은 물에서 헤엄치기엔 너무 큰 물고기로 평가된다. 진작 프로가 됐어야 했다.
사연이 있다. 그는 지난 9월 예정이었던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프로 전향을 미뤘다. 그러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코로나 때문에 올해로 미뤄졌다.
조우영의 집안 형편은 나쁘지도 않지만 유복하지도 않다. 그의 부모는 재능 많은 조우영이 스무살쯤 프로가 될 거로 생각하고 투자했다. 그러나 프로 전향이 2년 늦어지면서 한계에 다다랐다. 지난해엔 조우영 집의 차가 비싼 수입차와 충돌 사고가 나는 바람에 큰돈이 나갔다.
조우영의 위상도 애매하다. 출전할 아마추어 대회가 별로 없다. 어린 선수들의 학부모들이 “우영이는 아마추어에서 할 거 다 했으니 대회에 나오지 말아 달라”고 은근히 요청한다. 초청으로 프로 대회에 나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조우영은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꿈을 포기하고 프로 전향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엔에이치리사이텍 전무인 나윤호(40) 씨는 지난해 브리지스톤 사랑나눔 자선 골프대회에 갔다가 조우영을 알게 됐다. 나 전무는 경복고등학교와 서울산업대학교에서 육상 단거리 선수를 했다. 국가대표처럼 엘리트 코스를 밟은 건 아니었지만, 최고 스프린터가 되려는 꿈을 꿨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IMF 경제 위기 때문에 집안 여건이 좋지 않아 포기했다.
나 전무는 “조우영은 어릴 적 나를 보는 것 같았다”며 “개인 종목은 각자의 끈기와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변 후원이 필요한데, 조우영 선수의 눈빛과 말에서 느껴지는 골프에 대한 애착과 집중력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만한 충분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서 후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나 전무는 아무 조건 없이 조우영을 지원하려 했다. 그러나 매니지먼트사 등에서 뭔가 자료를 남기는 게 낫다고 해 자신이 대주주이자 부인 최유진 씨가 운영하는 친환경 뷰티 케어 브랜드 아이홉(iHope)을 통해 후원했다. 나는 희망한다는 뜻의 회사 로고가 조우영의 등에 붙어 있다.
골프에서는 아마추어는 기업의 후원을 받지 못했지만 때마침 지난해부터 아마추어의 후원도 허용됐다. 조우영은 올해 우리은행의 후원도 받게 됐다.
김동민이 4언더파 2위, 강경남과 김민규가 3언더파 공동 3위다.
제주=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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