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 배터리 견제는 ‘K-음극재’ 있어 가능하죠”

양민철 2023. 4. 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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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없었다면 중국이 음극재 가격을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않았을 겁니다. 국산 음극재는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찾아간 세종시 전의면 첨단산업단지 내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2공장은 활기로 넘쳐났다.

포스코퓨처엠은 세종 음극재 1·2공장과 포항공장까지 총 8만2000t 규모의 음극재 양산 능력을 보유했다.

한국에 양극재 기업이 많지만, 음극재 양산 기업은 아직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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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일 ‘음극재 양산’ 포스코퓨처엠 세종공장
배터리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세종2공장 전경. 포스코퓨처엠 제공

“우리가 없었다면 중국이 음극재 가격을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않았을 겁니다. 국산 음극재는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찾아간 세종시 전의면 첨단산업단지 내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2공장은 활기로 넘쳐났다. 이곳은 양극재와 더불어 리튬이온 배터리(LiB)의 핵심 소재로 불리는 음극재를 연간 3만t 가량 생산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세종 음극재 1·2공장과 포항공장까지 총 8만2000t 규모의 음극재 양산 능력을 보유했다. 고성능 전기차 160만대에 쓸 수 있는 분량이다.

천연흑연 음극재를 생산하는 2공장은 설비를 모두 자동화했다. 공장 입구로 들어서자 20m 높이의 자재 창고 사이로 크레인 3기가 쉴 새 없이 원료를 옮기고 있었다. 입출고 작업은 관제실에서 자동 통제한다. 원료인 흑연을 생산공정에 쏟아 붓는 건 거대한 로봇 팔의 몫이다.

포스코퓨처엠이 양산한 흑연계 음극재 제품. 음극재는 배터리의 충전속도와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소재 중 하나로 배터리 원가의 약 17%를 차지한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투입한 흑연은 음극재 공정의 핵심인 소성로 8기에서 1000도 넘는 고온에 10시간 넘게 구워진다. 철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쳐 최종 생산한 음극재는 로봇 지게차에 실려 자동으로 창고에 쌓인다. 정광열 음극재 2공장장은 “사람이 하는 일은 크레인으로 옮겨진 흑연 주머니를 풀거나 포장용 비닐을 바꾸는 정도”라고 말했다.

공장 설비를 자동화한 것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중국은 세계 음극재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생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2011년 소성로 1기당 500t 수준이었던 음극재 생산능력은 현재 5000t으로 10배 늘었다. 정규용 음극소재실장은 “중국과 맞서려면 가격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공정 자동화 기술은 일본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배터리의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인 음극재는 충전 속도와 수명을 좌우한다. 다만 배터리 용량을 결정하는 양극재보다 상대적으로 주목도는 낮았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에서 40% 비중을 차지하지만, 음극재는 17% 수준에 그친다. 기술력 등의 진입 장벽도 높다. 수익성 확보는 어려운데 신규 진입이 까다로운 셈이다. 한국에 양극재 기업이 많지만, 음극재 양산 기업은 아직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한 이유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2011년 음극재 사업에 뛰어든 뒤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2017년까지 적자를 봤다.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탈중국 바람은 ‘K-음극재’에 순풍으로 작용한다. 중국산보다 품질 좋고, 일본산 대비 값이 싼 한국산 음극재는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배터리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조항은 2027년 80%까지 높아진다. 이에 국내외 기업들의 ‘러브콜’이 잦아지는 등 포스코퓨처엠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 음극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8%에 불과하다. 전기차용 배터리(23%), 양극재(21%)와 비교해 낮다. 음극재 원료인 흑연 역시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과거 ‘요소수 사태’와 같은 공급망 이슈에 취약한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에선 양·음극재 등 소재 산업에 강력한 인센티브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인하 등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실적 지원, 투자 인프라 구축을 위한 행정절차 간소화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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