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쌀 반입, 북한 한달새 2배 늘었다…식량난 심상찮나

정영교 2023. 4. 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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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3월 중국에서 쌀 4만6000톤을 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과 중국 간 월간 교역액도 6개월 연속으로 1억 달러(1332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화물열차가 지난해 9월 27일 압록강철교인 중조우의교를 건너 단둥에서 신의주로 넘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국경봉쇄로 경제난에 봉착한 북한의 경제 관련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식량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본격적인 춘궁기를 앞두고 중국산 식량 곡물의 수입량을 늘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최근 발표한 북·중 무역 세부자료에서 쌀을 북한이 지난 3월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으로 집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단립종 2만6215t과 장립종 2만546t 등 총 4만6761t 규모의 쌀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이는 지난 2월 북한이 중국에서 들여간 장·단립종 쌀 수입량 1만8785t보다 2배 이상이나 많은 수치다. 금액으로도 단립종 쌀이 1333만 7400달러(약 177억 6500만원)으로 1위, 장립종 쌀이 842만 달러(약 112억원)로 4위를 각각 기록했다.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22일 남포시 농업부문 사업을 현지에서 점검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은 식량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스1

북한은 장립미 또는 안남미로 불리는 장립종 쌀을 지난해 10월 처음 중국에서 수입한 이후 계속해서 수입하고 있다. 장립종은 찰기가 없으며 모양이 얇고 긴 품종으로 인도와 파키스탄, 태국, 중국 남부지방 등에서 생산·소비되며 단립종보다 가격이 싼 편이다.

VOA는 북한이 쌀 수입에만 2000만 달러(약 266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북한의 식량난과 연관성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해관총서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북·중 간 무역총액은 1억5845만 달러(약 2111억원)를 기록했다. 북·중 접경도시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를 오가는 화물열차의 운행이 재개한 지난해 9월 이후 양국 간 월간 무역액은 6개월 연속 1억 달러(1332억 원)를 넘기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북·중 간 주요 육상 교역로 중 하나인 북한 북동부 나선특별시와 지린성 훈춘(琿春)시를 잇는 취안허(圈河) 세관에서 트럭 통행을 2년여 만에 재개한 데 이어 국경을 오가는 차량의 운전사에 대한 신체검사가 이뤄지는 등 양국 간 본격적인 교역 재개를 대비하는 정황이 접경지역에서 계속 포착되고 있다.

2011년 5월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취안허 (圈河) 세관앞에서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로 건너가기 위해 훈춘창리해운물류유한회사 소속 덤프트럭들이 아스팔트와 스치로폼 등을 싣고 세관으로부터 통행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이로 인해 중국에서 재료를 들여와 완제품으로 가공해 중국으로 넘기는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북한은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2018년부터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품목인 손목시계와 신발, 가발, 속눈썹 등 품목의 수출을 크게 늘렸다. 실제 북한에서 역외가공 형태의 무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전체 대중 수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북한이 지난 3월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가발·인조속눈썹 제품이다. 수출액은 796만 달러(약 106억원)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체 대중 수출액인 2055만 달러(약 274억원)의 약 3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코로나19 이후 멈췄던 OEM 생산을 재개한 것인지 주목된다는 게 VOA 측의 분석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일부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식량문제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북·중 국경이 열리면 이런 분위기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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