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허위 선전 현수막 철거"…'현수막 공해' 칼뺀 정부와 지자체

김준희, 문희철, 김정석, 안대훈 2023. 4. 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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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내 곳곳에 걸린 불법 현수막. [연합뉴스]


2m 이하 설치 금지…"목 걸림 사고 방지"


도심 곳곳에 무분별하게 내걸려 '현수막 공해'라 불리는 정당 현수막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칼을 빼 들었다. 보행을 방해하거나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정당 현수막을 성인 키 높이 이하로 낮게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단속 지침을 강화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23일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 주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이 개정안을 선관위에 등록한 중앙 정당 47곳으로부터 동의를 구하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현수막 끈 가장 낮은 부분을 높이 2m 이하로 설치하면 안 되는 등 금지 사례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실제 지난 2월 인천 연수구에선 전동킥보드를 타던 20대가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넘어져 다치기도 했다.

교통 신호등과 폐쇄회로TV(CCTV), 안전표지를 가리는 곳이나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는 현수막 설치가 금지된다. 가로등 1개당 현수막은 2개까지만 설치가 허용된다. 이와 함께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보행자 안전사고 우려가 있거나 신호등·CCTV 등을 가릴 위험이 있는 현수막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철거할 수 있게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그는 "대구시내 무분별한 현수막 공해를 막기 위해 지난주부터 불법 현수막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비방·허위 선전 현수막도 철거"


지자체도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는 "각 구·군과 함께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 과태료 처분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간 현수막뿐 아니라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과 공공기관이 공익 목적으로 설치한 현수막까지 허용 기한(15일)을 넘기면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서 "대구시내 무분별한 현수막 공해를 막기 위해 지난주부터 불법 현수막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정치인이나 정당 현수막도 교통 방해가 되거나 어린이 스쿨존 등에 설치된 것은 철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 선전이 아닌 비방, 자기가 한 일도 아닌데 한 것처럼 허위 선전하는 경우도 즉각 철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 전주한벽문화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행사 현수막 철거…정청래는 합법


현수막 철거를 놓고 형평성 논란에 휩싸인 곳도 있다. 지난 19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를 알리는 현수막에 대해 전주시 완산구와 덕진구는 '불법 광고물'로 보고 대대적인 철거에 나섰다. 과태료까지 부과했다.

반면 지난 20일 김성주 국회의원(전주병)이 덕진구청 대강당에서 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과 함께하는 정치 토크' 현수막은 철거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옥외물광고법에서 규정한 정당 행사나 정치 활동을 어디까지 봐야 할지 기준이 모호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당 현수막이 급증한 건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개정으로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 관련 광고물 규제가 풀리면서다. 행안부는 이 법 시행을 앞두고 교통안전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위치에 현수막 설치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구체적 단속 지침이 없어 정당 현수막이 마구잡이로 설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경남도는 지난 1월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행안부에 정당 현수막 규격·수량·위치 등에 대한 세부 설치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신일철 행안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 생활공간정책과장은 "현재까지 정당 현수막에 대한 장소·개수·규격 등을 대통령령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6건 발의됐다"며 "법률 개정 전이지만 국민 불편을 예방하기 위해 선관위·정당·지자체 의견을 모아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조속히 확정·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 과장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이지만, 현수막 게시 당사자인 각 정당 동의를 받으면 무분별한 게시는 줄어들고 단속도 쉬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전주·대구·창원=김준희·김정석·안대훈, 문희철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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