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자금 절반은 '빚투'…놀란 증권사 대출 중단 나섰다
개인투자자가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의 절반가량이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빚투'가 급증하며 주식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지난 21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6조1277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3조7911억원)과 외국인(-9392억원) 등은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도했다.
개인들의 순매수 자금의 절반은 '빚투' 자금이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20조2863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융자 잔고는 올해에만 3조7676억원이 늘었는데 이중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 증가액이 2조7008억원이었다. 코스닥 순매수액의 4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비해 순매수액 중 '빚투'의 비중이 늘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의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 증가액은 순매수액의 각각 27%, 12.8% 수준이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닥 시장의 강세는 단기적 레버리지 베팅(빚투)가 큰 영향을 미쳤으며 갑작스럽게 신용융자가 청산되는 상황이 오면 후폭풍이 클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빚투'가 늘며 주가 급락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빚투'가 많은 종목은 주가 급락 시 반매매매로 주가가 추가로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에는 2차전지 등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개인 순매수 대금 중 3분의 2는 2차전지 관련 종목에 쏠려 있었다. 2차 전지 관련 종목이 약세를 보일 경우 시장 전체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 수급이 주로 2차전지로 흘러간 만큼 (자금이) 유출할 경우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지수는 상승 추세가 주춤할 때 악재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2차전지 관련 종목에 대한 시장경보 조치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올해 투자위험 종목에 지정된 종목은 모두 4건(3종목)이다. 자이글(3월 30일)과 알에프세미(4월12일·4월21일), 이브이첨단소재(4월14일) 등 시장에서 모두 2차 전지 관련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이다.
시장경보 제도는 소수 계좌에 매매가 집중되거나 주가가 일정 기간 급등하는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거래소가 투자위험을 고지하는 제도로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등 3단계로 구분된다.
'빚투' 급증에 일부 증권사는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리스크(위험) 관리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부터 신용융자대출과 증권담보대출 등 신규영업을 중단했다. 키움증권도 담보요건을 강화하는 등 대출 증가 속도를 낮추고 있다.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 등 신용공여를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할 수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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