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깜깜이' 대출, 경기 악화에 5대 은행 충당금 더 쌓는다

김경희 2023. 4. 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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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간판.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사가 앞으로 생길 손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을 올해 계획보다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자 장사’로 거둔 수익을 대손충당금 확보 등 건전성 관리에 써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적극적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깜깜이’ 대출이 늘고 경기 침체 전망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재무ㆍ리스크 담당 임원(부행장급)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충당금 적립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조치가 이어져오고 있는 점을 거론했다. 은행이 충당금 적립 규모를 산출할 때 통상 과거 10년의 여신(대출) 부도율과 부도시 손실률을 활용하는데, 지난 3년간의 연장ㆍ유예 조치로 충당금이 적게 산정되는 ‘통계의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당국은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 흐름을 반영해 충당금을 늘려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당국은 조만간 충당금 관련 가이드라인도 내놓을 계획이다. 충당금 산정 과정에서 미래 경기 전망 가운데 가장 보수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삼으라거나, 기준이 되는 부도율 지표를 일정 수준 더 높여 반영하라는 등의 지침이 제시될 것으로 은행권은 예상하고 있다.

5대 은행과 금융지주는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당장 이번 주 발표할 1분기 실적에 당초 계획보다 많은 충당금을 반영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선 은행 기준 1분기 충당금이 전년 동기의 2배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5대 은행이 약 6000억원, 금융지주로 보면 약 1조6000억원이 추가 적립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금융지주와 은행의 충당금 잔액은 각 13조7608억원, 8조7024억원이다.

하지만 충당금을 늘리면 순이익이 그만큼 감소해 배당 등 주주환원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이미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왔는데 당국의 입김이 거센데다,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기 힘들어지면서 올해도 좀 더 쌓는 분위기”라며 “충당금 추가 적립에 따른 비용 증가로 배당 확대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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