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2년 전부터 자금난… 전세금 조직적 인상 피해 커졌다

중개인들 “경매 넘어간 적 없다” 속여 피해자 양산
일당 61명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검토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를 벌인 이른바 ‘건축왕’이 2년 전 주택 건축사업 추진 중 자금난에 처하자 전세보증금을 올려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공범인 부동산중개인들은 근저당권 설정으로 전세 계약을 주저하는 손님에게 “이자를 잘 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경매에 넘어간 적 없다”고 속여 피해자를 양산했다.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건축업자 A씨(61)는 2009년쯤부터 미추홀구에서 건축업을 하며 사업을 확대해 왔다. A씨는 금융권 대출로 주택을 건립하고 세입자들의 전세금으로 대출금을 갚아왔고, 보유 주택이 2708채까지 늘어나자 가용자금이 부족해지는 등 자금난에 처했다.

그는 2021년 3월 직원들에게 ‘건물 신축이나 임대보증금 상향 계약이 이어지지 못해 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전셋집 신규 계약이나 재계약시 금액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전세금 인상 요구를 받은 대부분 세입자는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올려줬다. 최근 극단적 선택으로 고인이 된 미추홀구의 20, 30대 청년 3명도 A씨 일당이 자금난에 처한 시기에 보증금을 올려줬다.

피해자 한 명은 2021년 9월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을 기존 72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25% 올렸다. 다른 피해자도 2021년 8월 전세금을 68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32% 올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결국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자 큰 손해를 봤다.

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였다면 최우선변제금으로 27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던 피해자는 보증금을 인상한 재계약 때문에 이마저도 돌려받지 못했다.

또 A씨와 공범인 부동산중개인들은 A씨가 직접 운영한 공인중개사무소 직원들로, 월급을 받고 그의 매물을 소개하는 ‘중개팀’인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2010년 설립한 단체에서 회장을 맡아 업무 전반을 총괄했고, ‘기획공무팀’ ‘중개팀’ ‘주택관리팀’ 등을 두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중개팀 소속 공인중개사들은 “건물을 짓고 투자도 한다. 전세보증금도 충분히 돌려줄 사람”이라고 임대인을 소개했고 “만약에 문제가 생겨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장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근저당권 설정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싶다는 손님에게는 “안전한 집이어서 보증보험에 가입할 필요 없다”며 전세보증금 반환을 약속하는 이행보증서까지 써줬다.

건축왕과 공인중개사 등 일당 61명의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현재까지 388억원, 피해자 수는 481명으로 파악됐으며, 추가 수사를 거쳐 A씨 일당의 최종 혐의 액수와 피해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인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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