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도 못 찾아”…복잡하고 길어진 아파트명, 숨은 비밀은?
“기사님,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 아파트로 가주세요.”
전남 나주에 위치한 이 아파트 단지명은 총 25자로 국내에서 가장 이름이 길다. 이외에도 울산의 ‘울산블루마시티서희스타힐스블루원아파트’처럼 20자 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아파트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려워서 주소를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헷갈려서 못 찾아온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명을 어렵고 길게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퍼스트·포레’ 등 팻네임 주 원인…컨소시엄 아파트도 늘어
최근 아파트 작명은 ▲지역명·랜드마크명 ▲건설사명 ▲브랜드명 ▲팻네임(pat name·애칭) 순으로 이뤄지는 게 다반사다. 예컨대 경기 이천시 한 아파트 이름은 이천증포3지구(지역명)대원(건설사명)칸타빌(브랜드명)2차더테라스(팻네임)이다.
아파트 이름이 본격적으로 길어진 것은 건설사 고유 아파트 브랜드명이나 단지 개성을 강조할 수 있는 단어인 ‘팻네임’을 넣으면서부터다. 팻네임을 붙이는 방식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 특정 동네에 처음 들어선 브랜드 아파트이면 '퍼스트', 공원 근처이면 '파크뷰', 숲이 있으면 '포레', 학군이 좋거나 학원이 많으면 '에듀', 주변에 4차로 이상 대로가 있으면 '센트럴', 시장이나 광장에 근처에 있으면 '플레이스' 혹은 '스퀘어' 등 입지를 강조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스페인어, 불어, 라틴어 등 각종 외국어가 남발되면서 속된 말로 ‘있어 보이게’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대규모 단지를 여러 건설사가 합작 시공하는 ‘컨소시엄 아파트’가 늘면서 이름이 더욱 길어지기도 한다. 건설사가 둘만 돼도 ‘래미안힐스테이트’·'래미안푸르지오’처럼 길어진다. 위례신도시 ‘위례자연앤래미안e편한세상’(자연앤+래미안+e편한세상) , 남양주 ‘다산진건 자연앤e편한세상자이(자연앤+e편한세상+자이)’처럼 세 개의 브랜드가 합쳐진 이름도 있다.
이처럼 아파트 브랜드 ‘고급화’로 이름이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불편함은 더욱 늘고 있다. 주민도 외우기 힘든 이름이다 보니 아예 단지명을 임의로 줄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부동산 정보 조사 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2019년 분양된 전국 아파트 이름의 평균 글자 수는 9.84자로, 4.2자였던 1990년대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집값 때문이다. 아파트 이름이 향후 주택가격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발행한 ‘명칭 변경 사례를 통해 살펴본 아파트 브랜드 프리미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아파트 명칭을 인지도가 더 높은 브랜드로 변경한 경우 명칭을 변경하지 않은 주변 아파트보다 약 7.8%의 가격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이드라인 만들자” vs “고유성 사라진다
길고 복잡한 아파트 이름을 순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서울시가 나섰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사에서 ‘공동주택(아파트) 명칭 관련 2차 공개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작명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두고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손창우 현대엔지니어링 책임매니저는 “지역명과 시공사의 브랜드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아파트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으며, 펫네임까지 붙이는 것은 지금 와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면서 “1군 건설사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므로 힐스테이트 브랜드는 회사에 요청해서 바꿔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반면 주민들의 사유 재산인 아파트는 고유성 표현을 위해 글자 수 제한 등을 두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희원 서울시의원은 “재건축·재개발 물건 중개 경험 등으로 비춰봤을 때 아파트 이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면서 “긴 이름이라고 하더라도 특성을 가진 이름이 나와야 아파트 고유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아파트 이름을 정하는 것을 두고 내부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간결하게 정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는 조합 측의 의견도 나왔다. 배인연 개포1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결국 투표를 붙이면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 수 있어 갈등 상황이 생겨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정우 신동아 조합장은 “조합 차원에서도 시공사나 일부 주민들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조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