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숙원 ‘복수의결권’ 이번엔 통과되나 [국회 방청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4. 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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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금융위 “복수의결권 조속히 도입”
일부 의원 제외, 도입 필요 공감대
벤처업계 “정부와 발맞출 것” 도입 촉구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4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 지원과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국내외 벤처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국회에서는 벤처업계의 숙원인 ‘복수의결권’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창업자 또는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잃지 않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자칫 최대주주의 경영권 독점과 불합리한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금융위원회(금융위)가 복수의결권을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복수의결권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중기부와 금융위는 10조5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골자로 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 지원·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비상장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1주당 10주 한도의 제한적 복수의결권을 조속히 도입하기로 했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창업자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경영권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는 방어 장치다. 중기부가 2020년 12월 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도입 절차가 본격화됐다. 그간 여야는 복수의결권 도입 자체에 큰 이견이 없었다.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데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2020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현재까지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모태펀드의 도덕적 해이, 재벌 세습에 악용 우려, 추후 일몰 연장과 삭제 가능성 등을 주요 반대 이유로 들었다. 특히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강하게 반대했다. 조 의원은 “(복수의결권이 적용된다면) 정부 모태펀드를 활용한 벤처캐피털은 사실상 정부의 보조금 지급 기관으로 전락하고 만다”며 “도덕적 해이와 벤처 버블도 조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재벌 세습에 악용될 가능성 때문에 제한 조항들을 만든 것 아니냐”며 “외국의 경우 이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된 기업들이 상장하는 과정에서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국내 사례와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월 27일 오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야는 법안 통과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 그간 반대의 뜻을 고수했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긴다”는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수 의견을 따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현재 대부분의 법사위원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본회의에 올리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오늘 이후 가장 가까운 시기에 개최되는 전체회의에서는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기부 장관 출신인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이미 여러 차례 논의를 반복하고 있는 만큼 국회 본회의에 올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도 지난 20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 지원·경쟁력 강화 방안 브리핑에 참석해 “복수의결권은 제가 국회에 있을 때 입법했던 발의자 중 한 명이다. 지금 당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국회 여야 의원들을 지속해서 만나고 있다”며 “반대했던 분들을 만나 우려한 점들을 해소하고 있다. 다음 번에는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복수의결권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적잖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반대 측의 우려를 반영해 대부분 보완됐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벌 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에만 한정되는 이 법은 상속인에게 인정되지도 않고, 상장 후 일몰 조항이 있어 안전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법상 종류주식의 하나로 도입하기보다 정관이나 벤처기업법 특례로 규정해 벤처기업 창업자에 한해 인정한다면 일각에서 우려하는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처업계는 복수의결권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20일 논평을 통해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복수의결권 법안이 현장에서 조속히 시행되길 다시 한 번 국회에 요청드린다”며 “3만5000여개 벤처기업의 안정적 지원을 위해 2027년 일몰을 앞둔 벤처기업법이 상시법으로 개정되도록 협회도 정부와 발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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