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위임 스타트업 ‘비사이드’...주주행동 플랫폼으로 진화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윤혜진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economy04@mk.co.kr) 2023. 4. 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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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이드 홈페이지 캡처)
에스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총 시즌 화제의 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 지난해는 창업자 이수만 전 에스엠 프로듀서가 신규 감사 선임권을 내걸었다가 얼라인으로 대표되는 행동주의 펀드가 부결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현 경영진, 얼라인이 손잡고 이수만 전 프로듀서 퇴진을 밀어붙이면서 주식 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에스엠은 주식회사인 만큼 결국 과반 주주 의사가 경영권 향방을 결정지을 수밖에 없었다. 얼라인 측도 이를 잘 알기에 지난해부터 적극 활용한 것이 소액주주와의 연대다. 특히 지난해 신임 감사 부결 사건에서는 당시 주주총회 때 주주 위임장 문서만 3박스를 들고 나타나 업계를 놀라게 했다. 발행주수의 약 30%에 해당하는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받음으로써 결국 뜻을 이뤘다. 올해도 소액주주와 연대, 결국 에스엠 대주주가 바뀌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이때 드는 의문. 얼라인은 소액주주 위임장을 어떻게 빠르게 구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비사이드코리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비사이드코리아는 2021년 설립된 의결권 위임 대행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앱만 깔면 비대면 방식으로 3분 만에 의결권의 전자위임이 가능하다. 그래서 얼라인이 주주기도 한 비사이드코리아는 얼라인의 주주 행동주의 전략에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로 활동하고 있다. 에스엠 캠페인 이후 지금은 얼라인 외 다양한 상장사,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의결권 위임 대행 서비스를 전개 중이다.

그 덕에 회사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창업 2년 만인 올해 3월 기준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5000건, MAU(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7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3월 MAU가 1만6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관심도가 확연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비사이드 앱 사용자에 대한 위임 전환율은 2개년 연속 80%에 육박한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주주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업 모델 측면에서도 비사이드코리아는 여러 시사점이 있다.

이런 업체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배경엔 주식 시장 법률 환경 변화가 큰 몫을 차지한다.

2017년 이전까지만 해도 ‘섀도 보팅(shadow voting)’ 제도가 있었다. 섀도 보팅이란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기 위해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그런데 2017년 말 이 제도가 폐지됐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의결 정족수를 채워야 주요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게 상황이 달라졌다. 게다가 2020년대 들어 얼라인 외에도 강성부 펀드 등 행동주의 펀드가 한국에서도 본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소액주주의 의결권 위임 대행 서비스 수요가 커진 것이다.

이런 시장 흐름을 보고 창업한 이가 임성철 대표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약 15년간 주식 투자를 하며 이 시장에 관심을 가져왔다. 다만 주주총회를 몇 번 참석해봤지만 이질적인 현장 분위기, 소액주주를 소외시키는 문화에 실망했다.

그런데 2021년 초 고등학교 후배였던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대표는 이럴수록 새로운 자본 시장에 대한 방향성,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명 ‘행동주의 펀드 역할론’이다.

임 대표가 얼라인의 경영 전략에 공감, 소외받던 주주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행동주의 촉매 서비스를 기획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1월 첫 서비스 대상 회사가 에스엠이었다는 점은 인지도를 올리는 데 큰 힘이 됐다.

임 대표는 “당시 행동주의 펀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고, 경영진·이사회 교체가 아닌 단순 감사 선임으로 회사가 변할지 의문이 있어 첫 반응은 냉랭했다”며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 주주들이 참여해야 하는 명분을 내세우고 타당한 대안인 감사 선임을 통해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수익성을 확대하겠다고 설득했던 것이 먹혀들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대표와 일문일답.

(비사이드 홈페이지 캡처)
인터뷰/ 임성철 비사이드 코리아 대표
Q. 비사이드 코리아는 어떤 서비스들을 제공하며, 특히 어느 부분에 집중하고 있나.

A. 비사이드는 행동주의 캠페인을 준비하는 기관이나 소액주주연대 등이 주장하는 내용을 보다 호소력 있게 다른 주주, 발행 회사에 전달될 수 있도록 전략 컨설팅과 효율적인 캠페인 실행을 할 수 있는 원스톱 플랫폼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의 주요 기능은, 캠페인에 관심 있는 여러 주주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온라인 공간을 제공해 트래픽을 집중시키고, 한 공간에서 소유자증명서·의결권 위임 등 캠페인 각 단계마다 필요한 기능들을 연계해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후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카페 등에서 결집된 주주들의 주주 인증, 집결이 가능토록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더불어 주요 고객이 자산운용사와 상장사기 때문에 국내외 투자 기관, 법무법인, 자문사 등과 협업 경험을 토대로 필요한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캠페인 방향성 수립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Q. 에스엠으로 유명해졌는데.

A. 기존에는 개별로 진행했던 여러 행동주의 캠페인들을 한 곳으로 모아 트래픽을 집중시키고 주주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동시에, 비대면 전자위임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실행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더욱이 수기로 진행하던 주주 정보·위임장 취합·정리 등 일련의 과정을 자동화시켜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캠페인이 될 수 있게 개선했다. 또한 주주명부 동기화(라이브화)를 통해 실시간 소통, 참여를 독려했다.

Q. 주요 고객은.

A. 비사이드의 주요 고객층은 자산운용사, 상장사, 소액주주연대, 기관 순이다. 전체 캠페인의 80%를 전문 투자 인력 혹은 상장사에서 직접 캠페인을 실행하고 있어, 수준 높은 행동주의 캠페인을 주주들에게 선보이고 소통하고 있다.

Q. 얼라인이 주주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얼라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A. 2021년 시드 투자사로 얼라인홀딩스에서 투자를 진행했다. 2022년 캠페인을 함께 진행한 얼라인파트너스는 고객사로, 서로 협업 관계에 있다. 2022년 하반기에는 타 투자 기관들의 후속 투자, 중기부 팁스 패스트트랙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Q. 주주 권리를 강화한다는 장점 외에 경영권 분쟁을 조장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을 전개할 때 따로 원칙이 있을까.

A. 비사이드에서 진행하는 모든 캠페인은 ‘명분과 대안’을 논리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사안인가를 따져 진행한다. 단순히 주주 제안, 의결권 위임만을 위한 캠페인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 더불어 계약 기간을 1년 단위로 설정해 주주총회 승패와 상관없이 꾸준히 캠페인 관리를 할 수 있는 고객만 계약하고 있다.

Q. 주주행동주의가 점차 대두되는 현 상황에서 앞으로 비사이드의 경영, 서비스 확장 방향성이 궁금해진다.

A. 비사이드는 2022년 캠페인 경험을 토대로 2026년까지의 단계별 전략 수립을 완료하고 순차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올해는 행동주의 전략을 실행하는 사실상 모든 투자 기관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며 시장의 신뢰와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기관이 아닌 소액주주연대들도 결집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주주 인증 서비스를 곧 출시해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를 견인할 것이다.

2024년 캠페인도 준비 중이다. 4월부터 협업 관계에 있는 다양한 기관들과 함께 선제적으로 내년 주주총회를 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은 상장사 위주로 진행할 예정이다.

비사이드는 더 이상 오프라인 의결 권유가 필요 없는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플랫폼 내에서 전문 투자자, 상장사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이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건전한 긴장감을 형성해 궁극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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