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공장 가연성 폐기물 '싹쓸이'…소각·재활용업계 반발 확산
폐플라스틱 등 가연성 폐기물 처리 물량 확보를 둘러싸고 소각 업계와 시멘트 업계 간의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 자원순환협회와 한국 폐기물 에너지 산업협회 등 8개 단체는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서울비즈센터에서 '환경자원순환업 생존대책위원회(생대위)'를 구성하고, 성명서(결의문)도 발표했다.
생대위는 성명에서 "9개 시멘트 업체가 가연성 폐기물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소각 시설 등 281개 '환경 기초 시설 업계'는 고사 직전에 있다"고 주장했다.
생대위는 시멘트 공장에 대한 환경오염 배출기준 강화, 반입 폐기물 종류와 사용량 제한, 폐기물 처리업 진입 제한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생대위에 따르면, 시멘트 업체들은 플라스틱 등 다양한 폐기물을 대체연료와 대체원료로 연간 1000만 톤씩 시멘트 제조 소성로에 투입하고 있다.
시멘트 업체 처리량 최근 급증
생대위는 "시멘트 공장에 대폭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시멘트 업체에서 폐기물을 대량으로 처리하는 행위가 해를 거듭할수록 만연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사업 여건 탓에 소각로의 불을 끄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적으로 일반 소각장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은 50ppm인데 비해 시멘트 공장은 270ppm으로 훨씬 완화돼 있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생대위는 또 "윤석열 대통령의 환경 공약이었던 플라스틱 폐기물 열분해 사업도 폐기물 물량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고, 시멘트 공장에서 양질의 폐합성수지를 가져가는 바람에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 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멘트 업계 "온실가스 감축 수단"
시멘트 업계의 경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는데, 어차피 소각 처리하는 폐플라스틱으로 유연탄을 대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국내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시멘트 산업은 철강업과 석유화학 산업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소수의 시멘트 공장에 폐기물이 집중되면서 대기오염 배출도 늘어나 공장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시멘트 업체의 염소 분진을 불법매립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공존하려면 '파이'를 키워야'
홍 소장은 "시멘트 업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플라스틱을 태워야 하는 상황을 인정하더라도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폐기물 처리에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수도권에서 폐비닐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것이나 2019년 폐기물 불법 투기가 사회적 문제가 됐던 것은 그 전까지 정부가 고형연료(SRF)를 통한 처리에 '올인'했다가 상황이 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과거 골판지를 재활용하던 제지업체에 불이 나면서 재활용이 안 됐던 것처럼 소수의 대형 업체에 의존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여러 업계가 공존하려면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년부터는 수도권, 2030년부터는 전국에서 가연성 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전처리·선별해 소각·열분해 등 관련 업체에 넘기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공공 소각시설을 증설해서 해결하려 할 경우 지역 주민 반대도 심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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