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당장 도움 되지만 성장엔 독 되기도” [서울 밖 예술인들③]

장수정 2023. 4. 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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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사업 세분화 또는 방향성 고민 필요
관객, 또는 장소 투자 필요성도 언급

“자체적으로 연극을 올려서 적자를 면하기는 힘들다. 물론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연극의 퀄리티가 문제인 부분도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정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이 어떤 노력에도 쉽진 않을 것이다. 연극 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이것이 대부분의 예술인, 단체들이 지자체 또는 재단의 지원에 의존하는 이유다.”


부산의 한 연극인이 언급한 지역 예술인의 현실이다. 대다수의 지역 예술인들은 정부 또는 지자체의 지원에 대해 “없으면 활동이 안 될 정도”라며 큰 도움을 받기도 한다. 지난 2014년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각 지역에 문화재단이 설립되는 등 수년에 걸친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픽사베이

다만 이것이 육성 및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닌, 결과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지원사업이 선정된 예술인 또는 단체에게 결과물에 대한 지원금을 지원한 뒤, 이를 선보인 성과를 평가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 지역의 한 예술인은 “지원금을 받아 공연을 올린 뒤에, 관련인들의 참석을 자축하는 것으로 그친다. 이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공연의 퀄리티는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관객을 향해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지원사업을 위해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대구에서 뮤지컬 등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제작사 안컴퍼니의 안정미 대표 또한 공연의 퀄리티를 높여 관객들을 발굴해야 지역 예술인들이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예술들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자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 지원사업은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핵심 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지원금을 쪼개서 지원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접근으로는 공연의 퀄리티를 높일 수 없다. 선정할 때 외부 인력 또는 전문 인력의 심사를 거치는 식으로 제대로 된 단체에게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사업이 도움을 주지만, 성장에는 독이 되기도 한다”고 짚으면서 “소외된 지역민들에게 공연을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퀄리티 있는 공연을 통해 그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만들어 그 단계를 넘어서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될 지역 주민들 또는 공간에 대한 투자를 통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활성화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충남 홍성군의 연극 극단 나빌레라 이정빈 대표는 “서울 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그럼에도 공연장을 찾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며 “관객들에게 바우처 같은 것을 지원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일정 금액이라도 지원이 이뤄진다면, 아무래도 공연에 대한 경험들이 생기지 않겠나. 이런 부분을 직접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부산의 공연극단 아이컨택의 양승민 대표는 “부산에도 소극장들이 일부 모여있는 곳이 있다. 이곳을 활성화해서 서울의 혜화동처럼 소극장 하면 떠오르는 곳이 된다면 아무래도 관객들이 모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경북 구미 지역 예술 단체 생활예술콘텐츠연구소 프리즘의 유신애 대표는 “정책이나 사업들이 천편일률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예술인들의 역량과 장르는 다양한데, ‘단순히 이들을 돕는다’라는 개념으로 접근을 하면 성장, 진흥은 배제되는 것 같다”라며 “분야에 맞춰 세심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활동비와 같은 부분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순차적으로 성장하도록 진흥 관점에서 노력을 해야 좋은 작품들이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예술인,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이들의 요구를 말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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