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돈봉투엔 "전혀 몰랐다"…檢수사엔 "할 이야기 많아"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고 있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탈당 후 즉시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의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법률적 책임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송 전 대표는 22일 오후 11시(한국 시각) 열린 프랑스 파리 현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 송영길 캠프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전적으로 제게 책임이 있다”며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도, 지역위원장도 아니고 당원도 아닌 국민 한 사람으로 당당하게 검찰 수사에 응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당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요구대로 조기 귀국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검찰 소환도 없지만 가능한 한 빨리 귀국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하고, 책임지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23일 저녁 8시(현지 시각) 아시아나 비행기로 출국해 한국에 도착한 뒤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회견문 및 질의응답서 ‘책임’이란 단어를 총 20회 사용했지만, 이는 모두 정치적 책임을 의미했다. “불미스러운 사태가 터지게 되니까 더욱더 전 당대표로서 뼈아프고 통절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거나 “저의 정치적 책임, 총괄적 책임을 밝히고 조기 귀국 의사를 밝히면서 그 책임의 일환으로 26년 동안 사랑한 민주당을 떠난다”는 식이다.
그는 본인을 향하는 검찰 수사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공교롭게 (이 전 부총장의) 1심이 선고되기 전날 검찰은 이것을 기다렸다는 듯 민주당 전당대회 때 저를 도와준 사람들 9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며 “제가 귀국하면 검찰은 저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검찰조사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다만 본인의 직접적인 법률책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법률적 사실 여부 논쟁은 변론으로 하고 일단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라거나 “자세한 법률적 사안은 귀국해 언론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말씀드릴 기회를 만들겠다”는 식이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다”는 등 반발 여지를 남겼다.
송 전 대표의 결단에 민주당은 일단 안도하는 모양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2일 페이스북에 “역시 큰 그릇 송영길”이라며 “자생당생(自生黨生·자신도 살고 당도 살다)했다. 반드시 이겨 당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적었다. 김민석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회견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당을 생각한 그의 마음이 모두에게 무겁게 다가가 울릴 것”이라고 썼다.
여당에선 비판이 나왔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23일 구두 논평에서 “실체적 진실을 원하는 국민을 우롱한 맹탕 회견, 두서없이 자화자찬을 쏟아내고 검찰수사에 불만을 토로한 궤변 회견”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무늬만 탈당이다. 송 전 대표와 민주당은 한 몸”이라며 “수사당국은 송 전 대표 귀국과 함께 돈 봉투 게이트 안에 가려진 주범·공범·배후·비호세력을 신속히 추적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오는 24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
Q : 녹취록에 드러난 정황은 어떻게 해명할 건가
A : “모든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여기서 논박을 벌이면 논란이 되기 때문에 돌아가서 하나하나 설명해 드리겠다”
Q :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보나
A :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저의 책임을 국민 앞에 토로하고 사죄하는 자리다. 돌아가서 하나하나 점검해서 대응하겠다”
Q : 이재명 대표가 조기 귀국하라고 했는데 섭섭하지 않았나
A : “제가 당 대표 입장이라도 얼마나 곤혹스러운 상황이겠는가. 이 대표와 지도부, 의원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께 여러 가지로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겠다”
Q : 돈 봉투 의혹 관련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예전 발언을 계속 유지하나
A : “예, 그렇다. 이 문제는 돌아가서 하나하나 점검하겠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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