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기부제 성공, 창의성과 자율성이 필요할 때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가 90일 정도가 됐다.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활성화를 위해 많은 기대를 안고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안팎의 평가는 어떠할까? 아직 온전히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이나 현재의 흐름을 진단해 보는 것이 이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필요할 듯하다.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기부 플랫폼 ‘고향사랑e음’을 개설하여 국민들의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지자체는 이곳에 지역특산물 등의 답례품을 올려 지역을 홍보하고 있고, 보다 많은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매체 홍보와 광고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민들의 반응도 그리 높지는 않고 전문가들의 평가도 박하다. 얼마 전 시행된 행전안전부 자체 조사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인지도는 20%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더딘 행보의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단순하고 특색 없는 답례품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향사랑e음에 올라온 각 지역 답례품은 대부분 비슷해서 그 어떤 차별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부자는 이색적인 답례품과 지역의 차별화된 답례품을 보기 원하는데 이를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 기부를 유도 하기 위해서는 기부금이 어디에,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 기부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향사랑e음 플랫품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민간과의 협업을 통한 차별적인 답례품 개발
일본의 ‘도야마현 우오즈시’는 풍부한 지역 자원을 가지고 있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는 고향사랑기부를 활용해 창의적인 답례품 개발에 투자했다. 타 업종간 매칭을 진행하여 기존 상품이 아닌 새로운 답례품을 개발한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농가와 주조사간 매칭을 통해 탄생한 ‘우오즈산 쌀주’이다. 또한 우오즈시 출신 와인 전문가, 요리 연구가, 자개 세공 장인과 협력하여 제작한 ‘와인글래스’를 답례품으로 내놓았다. 지역 인적 자원 및 민간과의 활발한 협력으로 그들만의 창조적인 답례품을 내놓은 것이다.
새로운 기부 트랜드 ‘퍼네이션’
최근 기부 트랜드 중 하나를 나타내는 신조어로 ‘퍼네이션(funation)’이있다.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합성한 단어로 재미있는 기부 방식을 지칭한 개념이다. 대표적으로 2015년 루게릭병 지원 모금에 이용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있다.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의 주목도를 높이고 참여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국제기구도 이런 퍼네이션 개념을 적극 도입해 기부 홍보에 활용한다. 일례로 유니세프는 ‘더러운 물 자판기’ 캠페인을 통해, 개발도상국 아동들이 마시는 오염된 물을 생수병에 담아 자판기 형태로 만들어 기부금과 교환하게 만들어 많은 호응을 받았다.
독일의 동물보호단체인 노하(NOHA)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도로 위에 입간판을 설치했는데 이곳에는 야생동물을 불법으로 사냥하는 밀렵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재미난 것은 이곳에 동전을 던지면 동전이 붙는다. 사람들은 이곳에 마치 과녁을 맞추듯이 동전을 던져 밀렵꾼을 심판한다. 일종의 기부 퍼포먼스인 것이다. 매일 사람들이 던진 동전으로 밀렵꾼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모였다.
지정기부와 창의적 홍보는 필수
두 사례 모두 지정기부(어린이질병퇴치, 야생동물보호)를 재미있는 퍼포먼스로 온/오프 공간에서 캠페인화 한 것이다. 이렇듯 지정기부와 재미를 결합한 방식이 새로운 기부문화가 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도 지정기부에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더해 화제성을 끌어올려 대중의 주목도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고향사랑기부제는 창의적인 답례품 개발과 창의적인 기부 방식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의 독점으로 인해 지자체의 자율성이 떨어지고 고향사랑e음이 다양한 니즈를 담기에는 지나치게 경직되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홍보 부문에 제약이 많아 온/오프 퍼포먼스 및 창의적인 기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직 광고 매체를 통한 홍보만 가능하니 신선하고 창의적인 기부 동력이 생길리 만무하다.
민간플랫폼 활성화와 지자체 자율성 필요
대안은 민간과의 적극적인 연합이다.
창의적인 답례품 개발을 위해선 우오즈시 사례처럼 제품전문가들과의 협업이 필수이다. 재미있는 지정기부와 홍보 전략을 위해선 유니세프, 노하 사례처럼 홍보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또한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민간 플랫폼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가 성공한 이면에는 자율성이 강한 민간플랫폼에 민관이 함께 참여해 창의적인 답례품 개발, 지정기부, 전략적 홍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이 있었다.
우리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이제 시작이다. 시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보며 서서히 개선해 가자는게 그간 행정안전부와 국회의 대체적 입장으로 보인다.
이 법을 개정 차원에서 접근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정말 개정해야 그것이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현재의 법은 행정안전부 뿐 아니라 지자체가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할 수도 있고, 민간이 플랫폼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불어 넣는 참여를 할 수 있다. 기존의 정치후원금과 일반기부금도 동일 내진 유사한 법 문구에서 그런 환경을 보장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제도 활성화를 통해 지방의 재정자립도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조기 정착하길 바란다면, 기부자의 적극적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국내외 기부 트렌드를 반영하고 보다 자율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어렵사리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의 활성화를 위해선 행정안전부의 적극 행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법모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 itwins@p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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