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박서준 "좋은 콘텐츠는 관객이 알아보겠죠"

이이슬 2023. 4.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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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림' 홍대役 인터뷰
축구선수 출신 홈리스팀 감독
"세상 멈췄던 4년, 갈증 느껴"
배우 박서준[사진제공=어썸이엔티]

배우 박서준(34·박용규)은 절실했다. 영화 '사자'(2018) 이후 4년 만에 마주한 자리.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인터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오는 26일 개봉하는 '드림'(감독 이병헌)이 극장에 걸린다는 것만으로 의미 있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서준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도 꾸준히 작품을 촬영하며 지냈다. 어쩌다 보니 올해 출연 작품 개봉·공개 일정이 몰렸는데 그마저 감사하다. 하루하루 열심히 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세상이 멈춰있던 몇 년간 시간이 나를 지치게 했다. 배우로 살아가는 이유를 잃은 기분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장에서 연기할 때면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 좋았지만, 대중과 만나지 못한 채 꽁꽁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지금은 행복하다"며 웃었다.

"평소 극장에 자주 가는데요, 입소문 나는 좋은 영화는 객석에 관객이 많더라고요. 좋은 콘텐츠가 관객의 선택을 받아요. 선택은 관객이 하는 것이고, 저는 열심히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죠.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영화 '드림'을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병헌 감독 고유의 말맛에 집중

배우 박서준[사진제공=어썸이엔티]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박서준·아이유·김종수·고창석·정승길·이현우·양현민·홍완표·허준석 등이 출연한다.

영화 '스물'(2015) '바람 바람 바람'(2018)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을 연출하고 '극한직업'(2019)으로 1626만명을 모은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병헌 감독과 처음 작업한 박서준은 "말맛을 잘 소화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유의 호흡을 느끼면서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초반엔 쉽지 않았지만 잘 녹아들면서 적응해갔다. 감독 고유의 장르가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박서준은 프로 축구선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했다. 출연 배우들은 2010년 브라질 홈리스 월드컵에 진출한 이한별 감독과 최용석 축구 코디네이터와 함께 훈련받았다. 또 드리블, 패스, 슈팅 등 트레이닝을 받으며 합을 맞췄다.

그는 "사전에 축구 경기 장면을 디자인해놓고 연습하면서 맞춰갔다. 무엇보다 볼과 친해지는 게 중요했다. 그 이상 최선을 다할 수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축구선수의 단단한 몸을 만들기 위한 훈련도 거쳤다. 박서준은 "하체 위주로 훈련을 했다. 평소에 상체 운동 위주로 하는 편인데 하체와 허리, 복근 등에 집중했다. 단단함이 코어에서 나온다고 보고 코어 강화 운동도 했다. 데드리프트나 복근 운동을 하면서 밸런스를 맞춰갔다"고 했다.

'드림' 스틸[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평소 친분이 있는 축구선수 손흥민에게 구한 조언은 없냐고 묻자 "조언을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손흥민이 '드림' 대본 리딩 영상을 보고 '재밌을 거 같다'고 연락해줬다. 시즌 끝나고 시간 되면 영화도 꼭 보겠다고, 무조건 보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박서준은 홍대 역에 꽤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홍대는 열등감도 상당하고 사랑도 많이 받지 못해 애정 결핍도 있는 인물인데, 그 모든 게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봤다"고 했다.

"평소에 저도 낯간지럽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부모님이나 지인들한테 모두 친근하고 사교성 있게 다가가지 못해요. 어떻게든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 성격이 조금 무뚝뚝한 편이에요. 홍대도 마음을 예쁘게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친구예요. 서투르지만 마음은 따뜻하죠. 그러면서 모두를 챙기려는 모습이 영화에 잘 담겼어요."

박서준은 영화 '퍼펙트게임'(2011)으로 충무로에 입성했다. 당시 관중 역할로 얼굴을 비춘 그는 12년 만에 어엿한 상업영화를 이끄는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오디션을 봐서 발탁됐는데, 해태 응원가를 외워가서 열심히 한 기억이 난다. 사투리도 고민해가며 오디션을 준비하던 기억이 난다. 영화 현장 경험이 처음이라서 신기했다. 촬영장에 있었던 순간이 행복했다. 너무나 하고 싶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면 떳떳하지 못할 테니까요. 결국 무너지겠죠. 그게 원동력 같아요. 늘 열심히 하는 기능이 탑재된 거 같달까요. 그게 저를 지키는 방법이에요. 뭘 하든 부끄럽지 않게 하고 싶어요."

서진이네·더 마블스…전방위 활약

박서준은 최근 방영 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서진이네'에도 출연 중이다. '서진이네'는 배우 박서준을 비롯해 이서진, 정유미, 최우식, 뷔(방탄소년단)가 멕시코 바칼라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그린다. 판매 메뉴로 라면, 김밥, 불고기덮밥, 핫도그 등 등장하는 한식이 국내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 제 모습이 방송에 그대로 나온다. 예능을 촬영한다고 느끼지 않았다. 편했다. 한식을 알리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 최대한 예쁘고, 맛있게 보이도록 음식을 열심히 만들었다. 그곳에 오는 손님들에게 한식을 좋은 인상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충도 털어놨다. 박서준은 "시차가 꽤 나는데, 현지 도착하자마자 바로 촬영을 시작했다. 24시간 카메라가 돌아갔고, 장사가 본업이 아닌 사람들이 일하면서 예능적인 그림도 생각해야 했기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우 박서준[사진제공=어썸이엔티]

박서준이 만든 핫도그는 방송 다음날 아침에 배달 앱 검색어 1위에 오를 만큼 먹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는 "실제로도 저한테 연락이 많이 온다. '서진이네'를 보면 뭘 자꾸 지키게 된다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요식업 종사자들을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이제 '마블의 박서준'이다.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를 본 니아 다코스타 감독은 단숨에 그의 팬이 됐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신작 '더 마블스' 출연 배우로 발탁했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촬영을 마친 상태다.

오는 11월 개봉하는 '더 마블스'에서 박서준은 뮤지컬 행성의 왕자이자 캡틴 마블(캐롤 댄버스 분)의 남편으로 분한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다. 캐스팅 비화도 있는데, 지금은 말을 할 수가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터널스'에 출연한 마동석한테 조언을 구했다는 박서준은 "마동석한테 가기 전에 어떤지, 직접 가서 부딪혀야 하는 부분에 관해 물어봤다.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 사람들은 나를 모르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한국 스태프들이 계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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