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교통사고 산재신청…업무상 재해 아니라는 法, 무슨일

이찬규 2023. 4.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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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뉴스1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사고가 난 근로자의 범죄행위로 발생한 사고라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송각엽 부장판사)은 퇴근길 신호위반 사고로 다친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부(不)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23일 밝혔다.

주유소 주유관리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21년 5월 자전거로 퇴근하던 중 서울 송파구 거여동사거리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오른쪽에서 직진하던 차량과 충돌해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의 진단을 받았다. A씨는 통상적인 퇴근 수단인 자전거를 탄 데다 퇴근길에 일어난 사고인 만큼, 사고가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사고 주원인이 신호위반 행위이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며 2021년 7월 요양급여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A씨는 2차례 재심사청구를 했지만 이 역시 모두 기각됐다. 그러자 공단 측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날 다시 법원이 공단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신호위반이라는 범죄행위가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근로자가 녹색 신호에서 적색 신호로 변경된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고, 주변에 자전거 도로가 있어 근로자의 잘못이 크다고 봤다. 사고지점의 도로구조나 신호가 복잡하지 않아 신호 준수가 까다롭지 않았고, 신호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날씨가 흐리거나 어두웠던 것도 아니었다는 점, 상대 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없다는 점 등도 법원은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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