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100만 달러 짜리 홀인원
전인지가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인근 더 클럽 칼튼 우즈에서 벌어진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셰브런 챔피언십 3라운드 17번 홀(164야드)에서 홀인원을 했다.
핀 오른쪽을 향해 날아가던 공은 그린에 떨어진 후 약간 왼쪽으로 휘어 홀로 빨려 들어갔다. 전인지는 기뻐서 점프했고 동반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17번 홀에는 첫 홀인원에 100만 달러가 걸려 있다. 선수가 갖는 게 아니다. 스폰서인 셰브런이 100만 달러를 내고 이 돈을 LPGA 재단과 걸스 골프 휴스턴을 포함한 여러 재단에 기부하게 된다.
전인지는 2015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대회장 인근 학생들의 장학금을 위해 전인지 랭커스터 컨트리클럽 교육재단을 설립했다. 미국 팬들도 이를 안다. 전인지가 홀인원을 하자 미국 관중들이 “채리티 걸”이라고 환호를 했을 정도다. 채리티 걸은 우리 말로 기부 천사 정도의 뜻이다.
전인지는 “이번 주에, 홀인원으로 좋은 차가 걸려있어서 선수들끼리 얘기를 많이 했다. 17번홀로 가면서 이 홀에서 홀인원을 하면 언더파로 갈 수 있으니까하는 욕심이 나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떨어지면서 홀인원이 됐다. '아~ 여기는 차가 없는데' 하면서 아쉬워 했는데, 그 홀이 어떤 의미가 있는 홀인지에 관해 얘기를 듣고, '뭔가 이게 더 값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또 “어떤 물건을 사면 이삼일 기분 좋고 만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돕거나 기부하고 박수를 받게 되면 삶이 가득 채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1년 후, 혹은 10년 후, 20년이 지나도 그렇다. 그게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이어 “오늘도 내가 홀인원을 함으로써 어딘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홀인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사람들을 돕게 되어 정말 행복하며 셰브런이 그런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전인지는 가장 의미있는 홀인원 이후 3개 홀 연속 버디를 했다.
대회 스폰서인 셰브런은 또한 17번 홀에서 버디가 나올 때마다 1만 달러를 기부하게 된다.
전인지는 이번 대회에서 허리 통증 등으로 1라운드에서 6오버파로 부진했다. 그러나 2라운드 6언더파를 치며 컷을 통과했고 3라운드 홀인원을 비롯해 3타를 줄였다. 전인지는 3언더파 공동 18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선다. 공동 선두 알리슨 코페즈·에인절 인과는 7타 차다.
양희영이 9언더파 공동 3위, 최혜진과 김효주·김아림이 8언더파 공동 6위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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